<낙산에 올라> 뚱남뚱녀의 눈물 (한성대신문, 556호)

    • 입력 2020-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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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5-24 01:34

뚱뚱한 개그맨이 무대에 오른다. 그는 뚱뚱한 외모에 대한 사회의 선입견을 개그의 소재로 삼는다. 뚱뚱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개그맨은 대부분 못생겼다는 평판을 듣고, 먹을 것을 밝히며, 괴팍한 성격을 갖고 있다. 관객은 각색된 무대를 보며 웃는다.

뚱뚱한 외모에 대한 선입견은 살찐 사람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경향성에 기인한다. 유튜버 쯔양 같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먹는 만큼 살이 찌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일반적인 현상이 있기 때문에 ‘뚱뚱한 사람이 많이 먹을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뚱뚱한 외모에서 비롯된 선입견이 먹는 양뿐만 아니라 개인의 다른 요소들까지 규정한다는 점이다. 외모가 바뀌니 사람들의 대우가 달라졌다는 경험담을 들어봤을 것이다. 물론 외모는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을 좌우하는 요소다. 외모라는 영역에서 뚱뚱한 사람은 불리하다. 이미 사회 저변에 스며든 편견과 선입견이 그들의 첫인상을 옭아매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드라마 <모래시계>를 비판했다. 작중 깡패들은 전부 전라도 사람이라는 이유였다. 할리우드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주인공은 백인, 악당이나 깡패는 흑인이 담당했다. 코미디 프로그램 역시 뚱남뚱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만들어 밖에 내놓는다.

자신의 뚱뚱한 외모를 그렇게밖에 활용 못하는 개그맨, 그것을 소재로 무대를 꾸미는 동료, 그들의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방송 관계자, 그들에게 광고를 주는 기업, 그리고 그들의 개그를 보고 웃는 우리. 모두 선입견을 소비하는 사회의 단상이다.

복면가왕에서 음악대장 하현우는 개그우먼 신봉선에게 "소녀 같은 감성이 있다, 아름다운 여성분"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신봉선은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눈물은 그녀의 외모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문화에서 비롯됐다. 뚱뚱한 개그맨을 보며 웃었던 우리는, 눈물을 흘린 신봉선에게, 뚱뚱한 외모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모든 뚱남뚱녀에게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박한석(IC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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