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자신감으로 잡은 기회 웹툰 <선배는 별로예요> 작가 아렘 (한성대신문, 557호)

    • 입력 2020-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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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6-15 19:58

성공한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자신에게 찾아온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도 기회를 잡아 성공한 사람이 되길 원하지만 순탄치 않다. 기회가 다가왔을 때 망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회를 원하지만 실패할까 봐 이를 두려워하고 망설인다.

여기 자신감을 가지고 기회를 잡아 성공한 사람이 있다. 우리 학교 한국어문학부를 졸업한 뒤, 웹툰 작가로 데뷔한 <선배는 별로예요>의 작가 ‘아렘’, 강산(29) 씨다. 실패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근자감’에서 시작한 만화

인기 작가인 그도, 처음부터 만화 창작에 소양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로지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본교 만화동아리 ‘매나니로’에 들어갔다.

“당시 웹툰을 재밌게 보기도 했고, 웹툰 시장이 커지기 시작할 때라서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만화를 배워보고 싶어서 만화동아리에 들어갔죠. 만화를 배우는 커리큘럼 같은 게 딱히 있는 것도 아니라서 어떻게 시작할지 막연했거든요.”

그는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야 비로소 웹툰 작가라는 구체적인 꿈을 꾸게 됐다. 원동력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그림에 대해 별다른 가르침을 얻지 못했던 그는 온라인 강의를 통해 그림을 배우고 만화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당시 만화동아리에서 1년에 한 번씩 단편집을 만드는 회지작업을 진행했어요. 저도 작업에 꾸준히 동참했죠. 동아리 안에 팀별 프로젝트도 있었는데, 동아리 부원들이 함께 모여서 창작활동과 그림연습을 했어요.”

학교 강의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소설창작’이라는 강의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서사를 짜본 그는 교수와 학우의 칭찬을 들었다. 그중에서도 ‘소설다운 소설’이라는 말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점점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졸업 즈음에는 지도 교수님께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교수님께서 웹툰 작가를 하고 싶다면 웹툰을 그려오라고 제안하셨죠. 그래서 졸업요건을 채우기 위해 수상 경험이나 자격증 대신 직접 만든 웹툰 한 편을 제출했어요. 제 첫 작품이었어요. 처음으로 풀 컬러 70컷 원고를 작업하다 보니 2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어요. 웹툰 작가로서의 시작이었죠.”

▲강 씨와 부원이 함께 만화동아리‘매나니로’에서 엮여낸 만화책 자료 제공 : 아렘

자신감으로 버틴 고난

보여주거나 증명하지 못한 사람에게 세상은 가혹하다. 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웹툰 작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만화동아리를 통해 알게 된 지인과 함께 웹툰을 만들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공모전을 앞두고 연락이 끊겼고, 나중에 연락이 닿자 그는 “너를 믿지 못해서 그랬다”는 말을 전했다. 다른 지인과도 함께하려 했으나, 결과는 비슷했다. “웹툰 그리지 말고 공장가라”, “네가 무슨 웹툰 데뷔냐” 등 주변 사람의 의심과 조소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초기 습작은 인기가 저조했다.

하지만 그는 대학 시절에 얻은 자신감 하나로 고된 시기를 버텼다. 그를 지탱해 준 것은 자신감이었다.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고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자신감 말이다.

“여러가지를 일을 당하고 나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제 습작을 꾸준히 올렸어요. 10회 전후의 짧은 웹툰이나 단편 웹툰을 제작해 독자의 반응을 살폈어요.마침내 습작을 통해 웹툰 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됐죠.”

▲<선배는 별로예요> 초기 습작 자료 제공 : 아렘

확신으로 바뀐 자신감

계속해서 인터넷에 습작을 올리던 중, <선배는 별로예요>라는 작품이 크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5화까지 올렸을 때는, 작품이 여러 커뮤니티에 퍼져 총 조회수가 100만에 다다를 정도였다.

“공모전 도전과 <선배는 별로예요>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공모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독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공모전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결국 <선배는 별로예요>를 선택했어요. 작품에 애정이 생겼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모든 과정이 쉽게 흘러가진 않았다. <선배는 별로예요>를 연재하기 위해 지인의 도움으로 유료 웹툰 사이트인 투믹스의 PD에게 자신의 원고와 기획 초안을 보냈지만, 그 PD가 투믹스에서 퇴사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투믹스 사이트 자체에 있는 투고 메일을 통해 그의 작품과 기획 초안을 보냈다. 결국 계약과정을 거쳐 그의 작품은 투믹스의 개편과 함께 업로드됐다.

만화는 점점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19년 12월 26일 업로드된 <선배는 별로예요> 31화는 실시간, 주간, 월간, 신작, 장르 부문 모두에서 1등을 기록했다. 웹툰은 올해 4월 30일 연재를 마치기까지 계속해서 독자의 호평을 받았다.

“1등을 하면서 얻은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저의 능력을 증명했다는 확신이에요. 그것이 저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끔 하는 것 같아요.”

▲ <선배는 별로에요> 정색 연재 이후 그림 자료 제공 : 아렘

근자감에서 확신까지

웹툰 작가를 처음 꿈꿨을 때부터 투믹스 연재에 도전할 때까지 그에게는 자신감이 있었다.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그의 노력을 통해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현재 그의 자신감은 실력에 대한 확신이 됐다. 형태는 바뀌었지만, 그의 기회를 성공으로 만든 것은, 항상 지니고 있었던 자신감이었다.

“‘꿈이 있다면 그 꿈을 계속 지켜나가라’는 격언은 고리타분하고 부담스러운 말이에요. 좌절과 실패는 언제나 찾아올 수 있어요. 주변 사람에게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죠. 자신감을 가지고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기회를 잡을 기회’가 한 번쯤은 오는 것 같아요. 좌절하거나 괴로워하지 말고 무언가를 열심히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김대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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