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갈 곳 잃은 후원자들 (한성대신문, 557호)

    • 입력 2020-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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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6-14 02:04

요즘 정의기억연대와 관련한 뉴스를 보면, 매달 후원하는 비영리단체와의 정기후원을 끊을까 자주 생각하게 된다. 위안부 할머니의 권리를 되찾는 명분으로 거둬들인 수익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사실 비영리단체가 기부금을 온전히 쓰지 않는 행태는 언론에 한두 번 보도된 게 아니다. 당장 ‘기부금 횡령’을 검색하면 ‘유니세프’, ‘사랑의 열매’같은 기부단체의 이름이 등장한다. 뉴스를 접하면서 분노를 느끼는 것은 물론, 선한 마음이 기만당한 느낌이 들어 좋은 일을 하고도 우울한 기분을 느낀다. 기부금이 다른 곳에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두고 ‘기부포비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비영리단체에 대한 후원금을 의도와 다르게 사용했다는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기부를 꺼리는 심리가 증폭되면서 기부포비아는 확대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9년까지 사람들의 기부율은 4.3% 감소했다. 정의기억연대 사건처럼 비영리단체 내 비리가 지속된다면 기부단체를 불신하는 풍조도 더 확산될 것이다. 최근 정의기억연대와 마찬가지로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던 ‘나눔의 집’의 후원자들은 자신의 후원금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호텔식 요양원을 짓는 데 쓰였다며 집단 후원금 반환소송까지 제기했다.

후원금의 올바른 활용을 위해 비영리단체에 대한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 후원자가 기부한 단체의 기부금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 후원금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비영리단체가 받는 기부금을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돼야 한다.

기부문화에 침투한 비리로 선의를 가진 후원자가 갈 곳을 잃고 있다. 이대로 후원자가 없어진다면 정말로 지원이 필요한 단체의 활동도 멈추게 되고, 온정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을 것이다. 기부포비아의 확산을 멈추고 올바른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비영리단체가 후원자의 선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여줘야 한다.

김도형(사회과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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