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28개월의 고민 (한성대신문, 557호)

    • 입력 2020-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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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6-14 02:27

처음 편집국장에 취임했을 때가 떠오른다. 적은 인력으로 읽기 좋은 학보를 어떻게 만들지, 학보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삼학송은 늘 쉽게 쓰이지 않았다. ‘좋은 리더란 무엇인가’의 답변 찾기는 꿈속에서도 진행됐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편집국장’이라는 자리가 안겨준 문제는 필자 본인의 유능함과 강한 책임감으로 풀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필자의 28개월 여정 구석구석에는 질문의 해답을 함께 찾아간 전우가 있었다. ‘리더’에게 필연적으로 생기는 외로움 속에서 그들은 늘 친구가 돼주었다. 필자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기도, 의지할 어깨를 내어주기도 했다. 때때로 미운 청개구리로 변신했지만 결국엔 미워할 수 없는, 좋은 선생님이었다. 그들이 본인 기사의 가치를 발견하고, 필자가 그랬던 것처럼 기사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낄 때, 그만큼 행복한 일도 없었다. 우리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모두의 열정, 체력, 눈물을 담보로 한 채 학보를 만들었고, 성장했다.

마지막 마감을 며칠 앞두고 그간 발행했던 신문을 찬찬히 살펴봤다. 모든 순간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직접 레이아웃을 그리고, 매수를 계산하고, 디자인을 했던 신문을 보니 ‘학보사 기자’가 참 행복한 이름이구나 싶었다. 원하는 주제로 기사를 작성하고 편집할 수 있다는 학보의 특징 덕분에 필자에겐 취재하고 싶은 아이템이 많았다. 지면의 한계로 기사에 차마 담고 싶은 말을 못 담을 때는 모든 공백을 활용해서라도 말하고 싶었다. 그 욕구를 기꺼이 허락해준 <한성대신문>에 감사하다.

학생의 신분으로 학보를 꾸준히 발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과제를 뒤로 하고 키보드를 두드릴 때, 사석을 거절하고 신문사로 발걸음을 재촉할 때 혹여나 스스로를 잃은 것은 아닐까, 고민한다. 놓친 뉴스를 발견할 때, 눈물로 만든 기사가 효력을 다하지 못할 때는 무력감을 느낀다. 학생이라는 이유로 취재원에게 무시를 당할 때면 억울해서 밤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본인이 과연 학생인가 기자인가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당장 코앞에 있는 발행에 최선을 다한다.

설상가상으로 활자보다 영상이 더 편한 독자에게 학보가 빛을 발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밤낮 구분 없이 학보 발행에 매진해도 학보를 읽는 사람보다 읽지 않는 사람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으니, 학보사 기자는 열정페이에 비유되곤 했다. “그렇게 열심히 해서 무슨 소득이 있냐”는 말은 학보사 기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질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자로서의 사명감으로 어떠한 난관에도 굴복하지 않고 쉼 없이 달렸다. 곁에 있는 전우와 함께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독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마땅히 보도할 것을 보도하기 위해 학보를 만들었다.

28개월 동안 필자가 했던 고민을 후배에게 물려줄 때가 왔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언제나 찾아오며, 본인을 괴롭힐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질문에 타협하고 쉬운 길을 가지 않길 바란다. 용기 있게 난관을 직면하고, 굴복하지 않길 바란다. 이 길을 함께 걸어갈 전우가 있음을 항상 상기한다면, 언젠가 질문에 답하는 기자가 돼있을 것이다.

장선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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