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각기 다양한 시선을 갖고 있다. 똑같은 사물을 봐도 관심 있는 부분은 서로 다르다. 시선이 다르면 보이는 문제도 달라진다.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이 보는 문제를 보기 위해서는 시선을 그 사람에 맞게 바꿔야 한다.

시선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자는 지난 호에 실린 기사 ‘대책 없는 청년의 홀로서기’를 쓰며 큰 물음 앞에 놓이게 됐다. ‘과연 취재한 것을 내 문제라고 느끼는가?’ 부모님의 집에서 얹혀 살며, 자취할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기자로선 이해할 수 없는 문제였다. 청년주택 문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전달하고 누군가의 말 을 읊어줄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문제에 닥친 청년의 시선으로는 기사를 쓸 수 없었다.

이번 호부터 기자는 당사자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기 위해 르포기사를 기획했다. 처음으로 취재하게 된 아이템은 지체장애인의 불편함에 대한 문제였다. 그들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직접 휠체어를 타고 낮아진 시선으로 세상에 나가보는 것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간 학교는 평소 취재를 위해 돌아다녔을 때와는 사뭇 다른 곳이었다. 평소엔 별 것도 아니었던 울퉁불퉁한 바닥을 지날 땐 엉덩이가 저렸다. 눈 앞에 펼쳐진 가파른 경사로는 기자에게 무력감을 줬다. 비좁은 엘리베이터는 사용조차 힘들었다. 휠체어 바퀴가 배수로 덮개에 빠져 당황하기도 했다.

커피를 마시는 것도 휠체어를 탄 채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의 모든 가게에는 휠체어를 타고는 넘을 수 없는 턱이 존재했다. 겨우 찾은 턱이 없는 카페조차 경사로를 올라가기 힘들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커피를 가지러 가는 것조차 혼자서는 할 수 없었다.

비로소 알았다. 휠체어를 타고는 무엇 하나 쉽게 할 수 없구나. 지체장애인의 시선 앞에는 큰 벽이 있었다. 휠체어를 타보지 않았다면 존재조차 몰랐을 높은 벽. 그것은 지체장애인의 문제이자 기자의 문제가 됐다.

기자는 그 벽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허물 수 있도록 호소하는 직업이다. 벽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선 시선을 바꾸고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그렇게 사람들의 바뀐 시선이 모이면 그 어떤 높은 벽이라도 무너뜨릴 수 있지 않을까.

김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