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다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며칠 연속으로 세 자릿수 확진자가 나오면서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형국이다. 코로나19의 전염력이 강해져 3월 초 대구 신천지 사태보다 더 위험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총학생회는 공지를 통해 18일에 대학본부 내 논의를 거쳐 강의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학본부는 지난 18일 한성대학교 공식 유튜브 채널를 통해 학사 운영 계획을 밝혔다. 영상 속 이창원 총장은 “코로나19의 전개 속도와 연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면 비대면 강의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상 어디에도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강의 방식에 대한 확답은 없었다.
본교의 소극적인 대응에 학생의 혼란만 더욱 가중됐다. 시간표를 짜고 등록금을 내야하는 시기임에도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학교의 태도에 학생은 분노했다. 학내 커뮤니티에는 강의 방식을 두고 추측만 무성했다. 결국 21일이 돼서야 본교는 공지를 통해 9월 첫째주 강의는 비대면으로 진행하다고 밝혔다.
우리대학과 마찬가지로 블렌디드 강의를 준비하던 타 대학은 발 빠르게 돌아섰다. 지난 18일, 연세대학교를 시작으로 수도권 내 대학들이 2주간 혹은 한 달간 비대면 강의로 학사 운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주일 비대면 강의라는 공지를 21일이 돼서야 내린 본교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같은 상황 속에서 타 대학이 선제적으로 비대면 강의를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일부 대학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수업 방식 전환 계획’을 구체적으로 준비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의 경우 일일 확진자 수에 따라 강의 방식을 구분하고 등교하는 학생 수를 한정했다. 중앙대학교와 가톨릭대학교는 이미 7월 초 학사 운영 메뉴얼을 마련했다. 숭실대학교 역시 7월 30일, 2학기 수업 시행에 관한 세부 지침을 결정하고 일찌감치 2학기 중간고사 전까지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연세대학교를 비롯한 서강대학교, 한양대학교 등 주요대학은 논의 직후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비대면 강의 결정을 발표했다. 물론 누군가는 본교의 결정도 논의가 끝난 뒤 바로 올린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본교의 공지는 21일이지만 첨부된 파일은 19일이라고 명시돼 있다. 비대면이 결정되고 발표까지 이틀이 걸린 것이다. 본교가 더 빠르게 공지를 발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 대학의 결정을 확인하고 발표한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생긴다.
늦은 만큼 본교는 더 빨리 걸어야 한다. 당장 10월에 예정된 중간고사만 하더라도 이미 일부 대학들은 시험 방식을 결정했다. 성적평가 방식까지 공지한 곳도 있다. 심지어 한양대학교는 비대면 강의로 수강신청 정정에 불편을 겪는 학생을 위해 원격수업 청강을 신청 받고 있다. 본교도 서둘러 비대면을 대비하여 기숙사 환불을 비롯한 중간고사 방식, 성적평가 기준을 결정해야 한다. 더 나아가 실습·실기 강의 대책, 강의의 품질 개선 등 학생들의 학습권을 위한 논의도 필요하다.
이창원 총장은 정기 간담회마다 이런 말을 했다. “코로나19 속에서 누구도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지난 학기라는 거울이 있다. 거울 속에 비친 지난 학기를 바라보며, 경계해야 한다. 우리의 모습이 거울 속에 비친 모습과 똑같지는 않은지 말이다.
박희연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