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학령인구 절벽' 앞에 선 지방대학 (한성대신문, 561호)

    • 입력 2020-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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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11-15 12:22

대학의 신입생 충원에 비상이 걸렸다. 대학알리미에서 공개한 2020학년도 신입생 충원율 분석에 따르면 25개 대학이 대학기본역량진단(이하 진단평가)의 ‘재정지원제한’ 여부의 기준이 되는 97%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어떤 대학이 재정지원제한 상태가 되면, 해당 대학 재학생이 학자금 대출, 국가장학금 등 국가가 지원하는 여러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인구 절벽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학령인구는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수는 작년 대비 6만 명가량 줄었다. 대학의 신입생 충원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8년 발표에서 2021년까지 최대 38개 대학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작년 8월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4년에 2019년 대학 입학정원 대비 12.4만 명의 입학생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지방대학교다.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학령인구 감소 문제에서 지방대가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대학알리미의 분석에 따르면 충원율 97%를 충족하지 못한 25개 대학 중 19개 대학이 지방에 소재를 둔 대학이었다. 서울 소재지의 대학은 두 군데뿐 이었다. 국가 재난이 지방대를 먼저 덮친 까닭은 무엇일까?

학생에게 외면받는 지방대

지방대가 피해를 입는 이유 중 하나는 학생의 수도권 대학 선호다. 2021학년도 수시 모집 경쟁률을 살펴보면, 수도권 대학의 경쟁률이 평균 10.5대 1인 것에 반해 지방권 대학의 수시 경쟁률은 절반 수준인 평균 5.6대 1로 나타났다. 지방권 대학의 수시 모집 경쟁률은 한 학생의 수시 원서접수의 최대 지원 횟수인 6회에도 미치지 못했다. 김순호(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학생의 수도권대학 선호로 인해 지방대에게 문제가 더 심각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답했다.

대학이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점도 양극화를 더 심하게 만든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의 2020년 행정구역별 입학정원에 따르면 일반·교육대학의 서울 소재 정원이 전국 대학 정원의 22.8%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면학, 편의 조건, 취업 등의 요소가 수도권에 몰려있는데다, 유명 대학이 서울에 쏠려있는 탓에 수험생은 수도권 대학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조선대학교 공영형사립대 도입 효과성 검증 실증 연구단에서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는 지병근(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수도권에 지나치게 몰린 교육, 취업 인프라로 인해 지방대가 외면받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지방대 두 번 죽이는 대학 구조조정 정책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부 정책의 문제는 평가를 통해 하위권 대학부터 정원을 감축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정책으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대학구조 개혁평가(이하 개혁평가)를 진행했고, 2018년부터는 진단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두 정책 모두 전국 대학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학교에 재정지원제한, 정원 감축 등을 권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위권 대학부터 정원을 감축하기 때문에 신입생 충원율과 교육비 환원율 등이 낮은 지방대는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

지 교수는 “진단평가가 대학을 서열화하고 지방대에 제대로 된 재정지원을 못하고 있다”며 “일부 지방대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신입생 충원율과 교육비 환원율 등을 조절하거나 연구역량 증진을 포기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개혁평가보다 진단평가에서 하위권 대학의 정원 감축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5년 개혁평가의 정원 감축 대상은 전국 대학의 85.4%였던 반면, 2018년 진단평가의 정원 감축 대상은 36%에 불과했다.

개혁평가의 경우 절대평가를 통해 A~E까지 등급을 매기고, A를 받지 못한 대학이 정원을 약간씩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진단평가는 상대평가를 통해 자율개선대학(64%), 역량강화대학(20%), 진단 제외 대학(9%),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 I(3%),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 II(3%) 등 5개 등급 중 하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학은 정원 감축 권고가 들어간다. 2018년의 결과는 자율개선대학 64%를 제외한 수치다.

2021년부터는 하위권 대학이 정원 감축을 모두 끌어안아야 하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작년 8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시안)」에 따르면 2021년 진단평가는 진단 참여 여부와 인원 감축을 대학의 자율로 하도록 변경된다. 또한 진단평가 기준 중 ‘학생 충원율’의 배점이 13.3%에서 20%로 늘어난다.

정원 감축이 권고에서 선택으로 넘어가면, 대학이 굳이 등록금 수입을 줄여가며 정원을 감축할 필요가 없다. 정원이 그대로 남으면, 선택은 학생의 몫이 된다. 다른 대학에 비해 학생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대학은 늘어난 신입생 충원율을 달성하기 위해 정원을 줄여야 한다. 결국 수도권 대학에 비해 인기가 없는 지방대는 감축 인원 대부분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진단 평가가 변경되면,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비해 인기가 많은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은 그대로 유지돼 지방대가 점차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사라진 대학, 남은 사람들

다니던 대학이 폐교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학생은 대학이 폐교할 경우 근처의 대학으로 특별 편입학을 할 수 있으나 모두에게 보장된 것은 아니다. 2014년 한국사학진흥재단이 5개 폐교대학 학생을 조사한 결과, 편입학 비율은 60.4%에 그쳤다. 학생이 편입학을 하더라도 대학별로 상이한 교육과정, 달라진 교육 환경에 대한 혼란 등으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폐교는 교직원 및 교수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 지난 2018년 2월 폐교한 서남대학교의 경우 시간 강사 등을 제외한 교직원 210여명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됐다. 재정난으로 인해 당시 그들이 받지 못한 임금은 173억 원에 달했다. 주용기 전 서남대학교 교수의 ‘서남대 폐교 이후 교수 취업 현황’에 따르면 2018년 11월 기준, 교수 62명 중 27명이 무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의 폐교는 학내 구성원뿐 아니라 그 지역사회의 몰락을 유발한다. 서남대학교 폐교 직후인 2018년 3월 서남대학교 인근 상권 중 78곳의 상가가 문을 닫았다. 학교 근처의 식당, 편의시설 등을 주로 이용 하던 학생이 사라지면서 주변 상권이 쇠락했다.

지 교수는 “폐교는 비단 학생과 교직원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지역사회가 붕괴하는 문제를 초래한다”며 “정부가 대학의 폐교 이후 주변 상권의 몰락이나 체불 임금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는 폐교대학이 없도록 해야 할 것” 이라고 답했다.

▲지난 2018년 2월 폐교한 서남대학교의 로고. 서남대학교의 폐교 이후 학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그 지역 사회도 피해를 입었다.



지방대가 숨 쉴 구멍 필요해

전문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대에 불리한 진단평가의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진단평가에서 대학인원 감축을 자율로 맡기면 지방대의 폐교와 같은 문제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대학인원 감축을 정부 주도로 진행해서 전체 대학이 일정 비율의 인원을 감축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영형 사립대학 정책도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공영형 사립대학 정책은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 이사회 구성원 교체 등으로 사립대학이 공공서비스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지 교수는 “공영형 사립대학을 도입할 경우 공익을 우선하는 이사회를 구성해 사립대학 비리 문제를 방지할 수 있으며, 재정지원을 통해 지방대의 재정적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폐교와 재정난 문제를 막기 위해 몇몇 대학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등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미비한 수준이다. 지 교수는 “현재 고등교육계는 붕괴되기 직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대의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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