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나 말고 다른 사람. 그의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그에게 묻는 것보다 그가 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던가. 종이에 적힌 자료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 현실적이다. 나를 그로 바꾸기 위해 신문사 밖으로 향한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생생한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우리학교 학술정보관에서 이용자를 위해 힘쓰는 근무자가 겪는 어려움을 체험해봤다. 도서 수거부터 반납 처리, 도서 장비 작업, 책 밀기 작업, 태깅작업까지.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주히 일한다. 책으로 가득한 도서관 속에서 어떤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까? 직접 알아보기 위해 학술정보관으로 향했다.
조정은 기자
▲이용자가 반납한 책을 서가에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도서관은 사람과 긴말하게 연결돼 있어요.
도서관을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도서 수거 및 반납 처리
우리학교 학술정보관은 아침 10시에 문을 연다. 근로학생들은 10시까지 출근해, 도서 수거와 도서 반납 처리를 진행한다. 수거함에 반납된 도서를 가져오기 위해 에코백을 들고 밖으로 향한다.
현재 우리학교 반납도서 수거함은 총 4개다. 각각 연구관, 공학관, 탐구관, 학술정보관 앞에 위치하고 있다. 탐구관 수거함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잠시 운영을 중지하고 있다.
먼저 연구관 계단을 통해 공학관으로 간다. 공학관 1층 입구에 파란색 도서 수거함이 보인다. 열쇠를 구멍에 넣고 돌린 후, 손잡이를 앞으로 당겨 문을 연다. 수거함 속에는 책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문을 열쇠로 잠근다.
이번엔 연구관으로 재빨리 걸음을 옮긴다. 다른 업무를 시간 내에 마치려면 수거를 빨리 끝내야 한다. 연구관 1층에 있는 도서 수거함도 개방한다. 수거함이 책으로 가득 찼다. 책은 대부분 두께가 대략 4cm 정도다. 근로학생과 총 11권의 책을 에코백에 나눠 담는다.
식당을 지나 학술정보관 1층에 위치한 도서 수거함 앞에 도착한다. 학술정보관 수거함은 학생들이 책을 반납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거함이다. 다 세어 보니 총 34권이다. 근로학생과 나눠 담고 학술정보관으로 들어간다. 수거한 책 무게에 몸이 한쪽으로 기운다.
2층 로비 안내 데스크 책상에 책을 옮기기 위해 있는 힘껏 팔을 위로 들어올린다. 오른쪽 어깨를 왼손으로 주무르면서 대출 반납 컴퓨터 앞으로 간다. 수거한 책의 개수를 종이에 적는다. 총 45권이다. 이것도 코로나19로 많이 줄어든 양이라고 한다.
책을 수거하면 반납처리를 시작한다. 바코드 리더기로 책 표지에 있는 바코드를 찍고, 책 도난 방지를 위해 감응기계에 책을 올린다. 튕기는 소리가 나면 정상 처리된 것이다. 책이 5권 정도 쌓일 때쯤 옆에 있는 도서 카트에 책을 옮긴다.
▲책을 반납 처리하고 있다.
도서 장비 작업
새로 맡은 일은 신착도서에 청구기호와 등록번호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이다. 작업을 거쳐야 책을 서가에 꽂고, 대출반납도 할 수 있다. 학술정보관에서는 이 작업을 도서 장비 작업이라고 부른다.
2층 복도 맨 끝에 위치한 학술정보팀 사무실로 들어간다. 긴 책상이 놓여 있는 곳으로 향해 자리에 앉는다. 눈 앞에는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등이 칠해져 있는 청구기호 및 등록번호 스티커가 보인다. 그 옆엔 투명으로 제작된 직사각형 모양의 테이프도 있다.
우선, 신착도서가 있는 도서 카트를 책상 옆에 둔다. 책을 꺼내고, 스티커 판에 있는 세로 모양의 청구기호를 떼어 책등 아래쪽에 붙인다. 청구기호 앞자리가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히 붙인다. 이번엔 스티커 판에서 등록번호를 떼어 도장이 찍혀있는 책 안 쪽에 등록번호 스티커를 부착시킨다. 마지막으로 직사각형 모양의 투명 테이프를 뜯어 청구기호 스티커 위에 붙인다. 청구기호 스티커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작업을 완료한 신착도서는 옆에 있는 도서 카트에 다시 올려둔다. 대부분 도서 카트에 올려져 있는 순서대로 스티커가 위치해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해 작업해야 한다. 특히 청구기호의 앞자리가 똑같은 책은 스티커 모양과 색깔이 똑같고, 프린트 된 정보만 다르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보고 붙여야 한다. 처음 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실수가 나온다. 잘못 붙인 것들은 책에 손상이 없도록 정교하게 떼서 다시 붙인다.
다 붙인 후에는 책 앞면에 있는 등록번호 바코드를 리더기에 태그해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작업이 끝난다. 총 34권의 책 장비 작업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벌써 1시간이 흘렀다.
▲도서 장비 작업이 완료된 책이다.
책 밀기 작업
학술정보관에는 수많은 서가가 있지만, 모든 책을 다 열람실에 둘 수는 없다. 신착도서를 열람실에 넣기 전에 열람실에 있었던 책 중 이용량이 적은 것을 먼저 보존서고로 옮긴다. 방학 때 보존서고로 옮기는 작업을 끝내둬서 중간에 몇 칸씩 책이 비어 있다. 현재는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하루에 3번씩 책 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책 미는 작업에 동참하기 위해 3층 상상커먼스로 간다. 빈자리는 윗칸부터 채우기 시작한다. 윗칸이 비어있고 아랫칸이 차있으면 책을 위로 옮긴다. 다 채운 뒤에는 책을 앞으로 당겨서 뽑아가기 좋게끔 정리해둔다. 근로학생들은 작업을 효율적으로 나눠서 할 수 있도록 한 사람당 책꽂이 두 칸 분량으로 작업량을 정해두고 일을 한다.
작업을 진행하다가 책 한권을 놓치고 말았다. 조용한 도서관 때문인지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얼굴이 뜨겁다. 책을 주워 다시 서가에 꽂는다. 작업을 하는 중에도 열람실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용하게 진행해야 한다.
태깅작업
오래된 책은 대출반납 시 바코드가 인식되지 않거나 감응 테이프가 기능하지 않아 도난을 당해도 확인할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 책이 없어지는 걸 막으려면, 감응 테이프의 기능을 수시로 확인하고, 제 기능을 못하는 감응 테이프를 보수해줘야 한다. 이 작업을 태깅작업이라고 부른다.
학술정보관 5층 인문·자연과학자료실로 향한다. 서가로 향하니 도서 카트에 노트북, 원 모양으로 감겨져 있는 감응 테이프와 바코드 리더기가 보인다. 먼저 업무일지에 날짜, 시간, 근무학생 이름, 시작하는 책의 등록번호를 적는다.
책을 꺼내고 바코드 리더기로 책 표지에 붙어있는 등록번호 바코드를 태그한다. 바코드가 정상 기능하면 컴퓨터 화면에 책의 정보값이 출력되지만, 바코드가 망가진 책은 화면에 오류가 뜬다.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에는 곧바로 책 뒷면을 펼쳐 감응 테이프를 부착한다. 작업이 끝나면 다시 바코드를 찍어 인식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태깅작업도 각자 책꽂이 두 칸 분량씩 진행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다른 근로학생과 둘이서 일을 나눠 네 칸을 끝냈다. 작업한 양을 세어보니 대략 70권의 책을 확인했다. 책을 꺼냈다가 꽂았다가 반복했더니 손목이 뻐근하고, 다리가 아프다.
▲바코드 리더기에 책을 태그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용하는 사람이 쾌적하게 시설을 쓸 수 있도록, 학술정보관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 조용하게 이뤄진다. 작업을 다 마치고 학술정보팀 직원과 대화를 나눈다. “도서관 근무는 사람이 직접 작업해야 하는 일도 많고, 사람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요. 도서관은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할 수 있죠.” 이야기를 듣고 학술정보관을 빠져나온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오늘도 조용한 책꽂이 사이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근로학생이 있다.
조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