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하늘이 어느 샌가 어두워지더니 소나기를 뿌리고 있다. 때 아닌 트랙 통폐합에 학생은 당혹스럽다. 우리학교는 트랙제 도입 이후 지금까지 트랙 통폐합이 없었다. 트랙제 도입 당시 대학본부는 “인기 트랙에만 인원이 쏠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본부의 입장이 무색하게 트랙 폐지 및 통합이 진행됐다. 트랙 선택 인원이 적다는 이유다. 본교는 ‘트랙 신설, 통합 후 처음으로 해당 트랙을 선택한 신입생 수(제1트랙 및 제2트랙으로 선택한 인원의 합계)가 12월 31일 기준으로 2년 연속 주간 15명, 야간 10명 미만이면 해당 트랙을 폐지 함’라는 트랙 폐지에 관한 세칙에 따라 4개의 트랙을 폐지하거나 통합했다.
폐지 기준을 알고 있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기준은 본교 공식 홈페이지 한성소개 카테고리 내 현황 및 규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페이지는 접근성이 떨어져 학생이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 학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학사 공지 게시판은 물론이고, 트랙 설명회, OT 등 트랙을 설명하는 어느 곳에서도 폐지 기준에 대해서 안내하지 않았다.
트랙 폐지 및 통합 논의는 지난 해 1월부터 진행됐다. 2월 5일 본부는 작년 1월부터 트랙 통폐합 논의가 이어졌으며, 매년 1~2월 사이 트랙선택 결과 및 트랙폐지 기준 규정을 매년 구성원(교수, 직원, 조교)에게 안내했다고 공지했다. 학교를 구성하는 인원에 학생은 빠져있었다. 학교가 논의를 거친 1년 동안 학생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논의 과정은 본부와 트랙 보직 교수만 참여했으며, 학생은 그 결과를 통보받았다. 노광현 기획처장은 “처음 진행된 과정이라 시간이 부족했고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트랙 통폐합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당사자인 학생이다.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교수와 학생을 비롯한 트랙 구성원과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타협점을 찾아가야 한다. 학교는 반드시 학생에게 해당 트랙과 논의 과정을 알려야 한다. 심의 과정에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동덕여자대학교의 경우, 학사제도와 관련된 논의를 심의할 수 있는 기구인 학사제도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이때 협의체는 학생과 학교 측의 위원이 동률로 들어가는 수평적인 구조를 원칙으로 한다. 기구를 신설하기 어렵다면 교무위원회와 기획위원회가 진행하는 심의에 학생도 함께 참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본교는 트랙 폐지 기준을 학생 지원수로만 판단하고 있지만 추후 취업률, 교수 연구 성과율 등을 평가지표로 추가할 예정이다. 해당 평가지표는 가장 기본이 되며,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학생의 눈으로 바라본 평가지표가 아니다. 학교가 아닌 학생이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본교는 트랙 만족도 조사를 따로 실시하고 있지 않다. 각 트랙의 특성을 살린 트랙 만족도 조사를 매 학기 실시해 평가지표로 활용해볼 수 있다. 학생이 트랙을 선택한 이유에는 취업뿐만 아니라 배움에도 목적이 있기 때문에 학교가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더 나아가 학생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을 공개하고 보완해 나간다면 트랙 발전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본부는 해당 트랙을 지원하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우려해 폐지 대상 트랙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창한 날씨에 우산 없이 나온 학생은 트랙통폐합이라는 소나기를 피하지 못했다. 소나기가 오기 전, 미리 우산을 챙길 수 있길 기대한다.
박희연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