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은 필자에게 대학 생활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시기로 기대가 많았던 한 해였다. 모두에게 그렇듯 지난 1년은 계획한 일이 무산되는 여러 변수와, 사회적 접촉이 줄어든 상황 속에서 느끼는 무기력함을 지닌 날의 연속이었다.
현대인은 ‘정체성’의 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싶다. 한 사람이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는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에서, 코로나로 인해 한정된 공간 혹은 상황에 놓인 사람은 ‘찐자아’ (진짜 자아 정체성)를 찾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수많은 심리테스트(나에게 어울리는 전공 찾기, 꽃 유형 등)가 SNS에 공유됐고, MZ세대들에게 MBTI(성격유형검사)는 자신을 소개하는 도구로써 다른 사람을 이해하거나 다르다고 결론짓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가 됐다.
<트렌드 코리아 2021>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성향을 '레이블링 게임'(Real Me: Searching for My Own Label)으로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에 특정화된 유형 딱지(label)을 붙인 뒤, 해당 유형의 라이프스타일을 동조 혹은 추종함으로써 정체성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게임화된 노력"을 하고 있다. 레이블링 게임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뿐 아니라 소비 형태도 결정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으로 보아 나는 어떤 사람"이라는 식으로 인과관계를 나타낸다. 브랜드 또한 소비 흐름을 파악해 레이블링 게임을 녹여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SNS 속 레이블링 게임을 재밌게 이용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특정화된 유형(label)에 자신을 과도하게 대입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유형이라 할지라도 개인이 갖고 있는 특성을 무시한 채 우리의 삶이 너무 일반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의 단점이나 실수를 “난 이런 유형의 사람이니 행동의 결과가 유형대로 나오는 것”이라고 정당화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정체성을 확립하고 일상생활을 지속하는데 있어서, 테스트 결과로 나온 유형의 라이프스타일을 맹목적으로 이루려는 태도는 주의해야 한다.
코로나 상황이 계속되면서 사회는 답을 찾아나가고 있고, 우리 자신도 스스로 답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2021에는 덜 불안한 사회 속에서 ‘내 안의 나’를 다양한 방법으로 찾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이정현(인문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