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E등급의 근면함 (한성대신문, 565호)

    • 입력 2021-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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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03-21 17:43

2023년부터 본교에서는 더 이상 교사를 꿈꿀 수 없게 됐다. 지난 2월 23일, 교육부가 진행한 5주기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이하 교원평가)에서 본교는 E등급을 받았다. 교원평가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교원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으로, 대학은 평가 결과로 나온 등급에 맞춰 교직과정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본교는 2016년 4주기 교원평가에서 D등급을 받고, 올해 E등급을 받아 교직과정을 폐지하게 됐다.

4주기 교원평가 결과가 나온 후 본교는 교직과정 정원을 반으로 줄였다. 당시 한국교육개발원은 D등급에 해당하는 대학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했다. 본교는 본교의 점수와 교원평가를 받은 전국 대학교 평균 점수를 비교한 내용을 한국교육개발원으로부터 전달받은 바 있다.

본교는 교원평가 결과에 대해 “교원 수를 줄이려는 교육부의 정책상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밝혔다. 강제적으로 교직과정이 폐지된 것과 인원이 점차 줄어들어 자체 폐지된 것은 엄연히 다르다.

본교는 과거 비슷한 평가 결과를 받은 경험이 있다. 본교는 2015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이하 역량평가)에서 D등급을 받아 재정지원제한이 됐다.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현재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당시 교육부는 D등급 이하 대학에 신입생 국가장학금 II유형 지원 제한, 전체 정원 중 10% 감축, 신규 재정지원사업 참가 자격 박탈 등 강도 높은 재정지원제한 조치를 내렸다. 본교는 재정지원제한에서 벗어나기 위해 트랙제 도입, 장학금 확대, 상상관 건축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다행히 성과가 있었다. 본교는 2018년에 실시된 2주기 역량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돼 재정지원제한 대상에서 벗어났다.

역량평가에서 보였던 노력에 비하면, 교원평가를 대하는 본교의 태도는 매우 안일하다. 결과가 나온 이유를 살펴보기는커녕 결과를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본지는 평가지표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본교에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교직과정 담당자는 “결과 중 최하위 점수를 받은 부분이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원평가가 역량평가와 유기적으로 연계됐다고 설명한다. 역량평가와 교원평가 모두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맞춰 대학 정원을 조정하기 위해 진행된다. 교원평가는 교육 대학원, 사범대학교, 교직과정 등을 점검하고, 역량평가는 이외 나머지 대학을 살펴본다. 교원평가는 역량평가의 다른 버전인 셈이다.

교원평가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곳이 하나 더 있다. D등급을 받은 대학원이다. 교직과정이 없어진 학부처럼 극단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으려면, 대안을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 본교 교육 대학원에는 현재 상담심리전공, 유아교육전공, 교육행정&리더십전공이 개설된 상태다. 본교에서 폐지되는 2개의 교직과정 대신 교육 대학원 내 새로운 교직과정을 개설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무엇보다 D등급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교직이수 담당자는 “이수 학생 수가 적고, 평가 결과가 학교에 좋은 소식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를 공지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생에게 결과를 숨긴다고 본교가 E등급을 받은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과에 대한 안일한 태도보다 대책을 세우기 위한 근 면함을 기대한다.

박희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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