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메타버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지우다 (한성대신문, 566호)

    • 입력 202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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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10-24 22:42

현실보다 더 생생한 가상세계

▲사진 출처 : 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집콕이 대세인 요즘, 메타버스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2020년 3월에 출시돼 작년 한 해에만 3,118만 장이 팔릴 정도로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유저는 귀여운 게임 속 캐릭터가 되어 무인도를 개성있게 꾸미고 다른 유저와 만나며 시간을 보낸다. 타임지가 비대면 시대에 보기 드문 편안함을 주었다며 2020년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대체 메타버스가 무엇이기에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을까?

현실과 가상이 만나는 공간

메타버스(Metaverse)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러쉬’에서 처음 등장했다. ‘초월, 그 이상’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Meta)와 ‘세상,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쉽게 실제 현실과 가상세계가 상호작용하는 3차원 가상공간을 말한다. 메타버스는 구현 공간과 정보 형태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증강현실은 현실에 가상정보를 증강하여 제공하며, 라이프로깅(Life logging)은 개인·개체들의 현실 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정보를 통합 제공한다. 또한, 가상공간에 외부 환경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거울세계와 가상공간에 다양한 개인·개체들의 활동 기반을 제공하는 가상세계로 분류된다.

이러한 4가지 유형이 독립적으로 발전해왔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서로 융합 및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로 활용되고 있다. 한상열(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지능데이터연구팀) 연구원은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며 함께 진화하고, 그 속에서 사회·경제·문화 활동을 이루어 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이 곧 메타버스”라며 “기술 및 서비스가 발전함에 따라 메타버스 플랫폼 역시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 배경에는 디지털 환경의 주 소비자인 Z세대와 과거보다 발달한 IT 기술이 있다.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걸쳐 출생한 Z세대는 유소년기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한 만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 더불어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Z세대는 더욱 많은 시간을 디지털 환경에서 보내고 있다.

또한, 메타버스는 기존 PC·모바일 중심의 인터넷과 비교했을 때, 편의성, 상호작용, 확장성 면에서 큰 차이가 존재한다. 메타버스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기기는 기존의 휴대하는 방식에서 직접 착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편의성이 증가했다. 메타버스는 이러한 웨어러블 기기와 합쳐져 더욱 편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인터넷은 음성, 텍스트를 활용해 한정적인 상호작용만 가능했지만, 메타버스는 음성과 텍스트를 넘어 동작, 시선 등 오감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확장성 역시 2D 웹 화면에서 화면의 제약이 사라진 3D 공간 웹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는 PC나 모바일 기기의 화면에 3D를 구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간이 지나 VR, AR 기기가 보편화된다면, 메타버스의 활용 가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메타버스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VR, AR 기기 회사는 흐름에 맞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VR, AR 기기 가격은 낮아지고, 성능은 향상되고 있다. 페이스북의 자회사 오큘러스(Oculus)에서 출시한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Quest) 2’는 다른 경쟁사의 VR 기기보다 훨씬 낮은 가격인 299달러로, 한국에서는 41만 4,000원에 판매된다. 시장 가격이 꾸준히 낮아지면서 저렴하지만 전보다 성능은 향상된 기기의 보편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가상세계

메타버스는 게임, SNS를 비롯한 서비스 플랫폼과 결합해 나타난다. 현재 일상에서 메타버스를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플랫폼은 게임이다. 자유로운 게임 내에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다른 유저와 협력하며 다양한 사회·문화적 교류가 가능하다. 게임 외에도 건설, 엔지니어링, 자동차 설계 등 타 산업과의 결합도 이뤄지고 있다.

▲폭스바겐이 유니티 포마와 에디터를 사용하여 만든 ‘ID.4’의 광고 속 모습. 짧은 광고에는 실제 카메라 촬영으로 구현할 수 없는 샷과 각도에서 차량 내·외부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임 엔진 제작 기업인 ‘유니티(Unity)’에서 제작한 ‘유니티 포마(Forma)’는 제품의 연구·개발 단계부터 마케팅까지 폭넓게 사용된다. 연구·개발 단계에는 시제품을 실사로 제작하는 대신 3D 데이터로 만들고 문제점을 찾아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마케팅 단계에서 고객이 사진 대신 3D 데이터를 체험할 수 있어 제품을 선택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한 연구원은 “메타버스는 현실에서 제공하기 힘든 다양한 훈련·교육 상황을 재현하는 교육 수단으로서도 유용하다”며 “이외에도 메타버스 가입자들이 필요한 유통, 업무,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경제 서비스들이 제공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메타버스 환경은 점점 더 실제처럼 구현돼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현실에 이제껏 존재하지 않던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만큼 메타버스에는 다양한 범용기술*이 적용된다. 그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XR 기술이다. XR(확장현실)은 VR과 AR을 아우르는 혼합현실 기술을 말한다. 해당 기술은 인간의 오감 자극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여 실제와 유사한 체험이 가능하다. XR 기술은 VR 기술과 AR 기술을 개별 활용 혹은 혼합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일반적인 안경이지만, VR 기술 또는 AR 기술을 활용하면 안경 위에 필요한 정보를 표시하는 방식들이 있다.

메타버스는 기술적 진화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전반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0일, 정부가 발표한 ‘가상융합경제 선도국가 실현을 위한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에서는 가상융합기술이 오는 2025년에 전 세계 약 520조 원 규모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때, 메타버스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경제 개념이 ‘가상융합경제’다. 가상융합경제는 경제활동 공간이 현실에서 가상공간까지 확장돼 새로운 경험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가상융합기술이 제조·의료·유통 등 국가의 핵심 산업에 활용될 때, 더 큰 경제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메타버스는 우리 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될까? 한 연구원은 “학생·시민들의 교육과 행정 등 공공서비스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아이덴디티를 갖는 ‘디지털 부캐’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도 답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꾼 것처럼 메타버스도 세상을 충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인터넷 시대를 넘어 이제는 메타버스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미래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칠 메타버스에 주목해보자.

* 범용기술 :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처럼 경제 전반에 적용돼 생산성 향상 등을 유발하고 다른 기술과 상호작용을 통해 산업혁신에 기여하는 기술

김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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