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목적 잃은 강의평가, 학생을 위한 강의평가가 될 수 있을까 (한성대신문, 566호)

    • 입력 2021-04-12 00:02
    • |
    • 수정 2021-04-15 18:38

한 학기가 마무리될 시기가 되면 학교 홈페이지에는 강의평가 안내문이 올라온다. 강의평가는 학생이 참여하며, 이수한 강의 및 교수에 대한 전반적인 피드백을 실시해 교수에게 전달된다. 한 학기가 끝나고 강의 평가가 진행되는 이유는 교수가 낮은 평가를 받은 항목을 다음 학기 강의에서 보완해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서울권 4년제 대학 43개 중 26개의 학교가 강의평가를 일 년에 4번 시행하고 있다.

강의평가는 대학마다 의무적으로 진행된다. 교육부는 대학의 교육 실적과 계획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교육개혁추진 우수대학 재정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대학 평가항목에 강의평가 실시 여부가 추가되면서 의무적으로 강의평가를 실시하게 됐다.

대학은 학생의 강의평가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강제적인 수단을 마련했다. 현재 서울권 4년제 대학 44개 중 43개의 학교가 강의평가 미참여 시 성적조회 기간 내 성적열람을 할 수 없도록 하거나 이의신청이 불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의 강의평가 참여율은 눈에 띄게 증가했지만, 의무적인 강의평가로 인해 평가항목에 같은 번호를 부여해 제출하는 학생이 증가하면서 강의평가 자료의 질적 수준은 낮아졌다.



학생만 모르는 강의평가 결과

현재 서울권 4년제 대학 44개 중 11개의 학교가 강의평가 결과를 학생에게 공개하고 있지 않다. 강의평가 결과를 알지 못하는 학생은 대부분 학내 커뮤니티 속 강의평가를 이용해야 한다. 본교에 재학 중인 최가은 (인문 2) 학생은 “커뮤니티 내 강의평가는 제대로 된 지표 없이 학생의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가 있다”며 “강의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본교도 현재 학생에게 강의평가 결과를 전체적으로 공개하고 있진 않으나, 매년 수업만족도 우수강의를 공지하고 있다. 우수강의를 공지하는 것은 학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낮은 점수를 받은 강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순 없다.

대부분의 대학은 교수가 평가에서 심각하게 낮은 점수 받을 경우 경고 조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강의평가 결과를 강제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 않다. 학생들은 강의평가 결과가 교수에게 직접적으로 적용되지 않아 해당 강의에 결과가 반영됐는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본교 재학생은 “지금까지 2년간 강의평가 결과가 강의에 반영돼 강의의 질이 높아졌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미(학사기획팀) 팀장은 “교수가 강의 개선 이행 여부를 강제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것은 교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영되지 못한 강의 특수성

강의평가 항목이 강의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학생이 강의평가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요 원인이다. 고려대학교 가정교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권정우 학생은 “교수가 진행하는 강의방법에 따라 평가항목이 차별화될 필요가 있다”며 “이론 위주의 강의와 토론을 중심으로 하는 강의의 평가항목이 동일한 점은 문제”라고 말했다.

강의는 진행 방식에 따라 학생의 참여도가 달라진다. 이론강의에선 학생이 수업을 일방적으로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실기·실습 강의는 학생이 적극적으로 강의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교수 역시 강의계획서를 작성할 때 수업방법, 수업형태, 주교재, 주차별 수업계획 등 세부적인 사항을 고려해 작성한다.

본교의 경우, 일반과목과 실습과목 강의의 각각 평가항목에 차이가 없다. 본교 일반교양 및 전공과목의 강의평가 항목은 ▲강의 유형을 잘 표현한 항목 선택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화질 및 음질 만족도 ▲실시간 화상강의 만족도 ▲강의에서 좋았던 점 (최대 3개까지 선택) ▲온라인 동영상 강의 개선점(최대 3개까지 선택) ▲실시간 화상 강의 개선점(최대 3개까지 선택) ▲좋은 점 혹은 개선점 서술로 구성돼 있다. 실습과목 의 경우 ▲강의 내용 만족도 ▲교수 강의 방법 만족도 ▲강의에서 활용된 수업자료 및 매체 만족도 ▲개선점 혹은 희망사항 서술로 이뤄져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국교육행정학회 관계자는 “강의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평가항목을 토대로 교수가 강의를 개선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고 설명했다.

강의평가 익명성 보장 문제 해결돼야

대부분의 대학은 강의평가 안내문을 공지할 때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안내한다. 이런 대학의 안내와는 다르게 강의평가 기간마다 대학 커뮤니티에는 강의평가의 익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온다.

실제로 한 대학생은 학기가 끝날 때 즘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으나, 교수가 며칠간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는 강의평가 기간에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을 하지 않는 등 학생에 대한 피드백이 부족하다고 작성해 제출했다. 그 후에 교수가 서운했냐며 말을 걸었다고 했다. 한국교육행정학회 관계자는 “서술형 항목 같은 경우에는 객관식 문항과 달리 교수가 직접 학생을 찾아낼 수 있는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권 4년제 대학 44개 모두 강의 평가를 진행하기 위해 학교포털사이트에서 로그인을 해야 한다. 학생들은 로그인을 한 뒤 이뤄지는 강의평가 과정에서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학교 측 입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본교 재학생은 “강의평가가 로그인을 한 뒤에 이뤄지기 때문에 익명성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학과 특성상 강의가 소수 인원으로 진행된다면 교수가 강의평가 결과를 확인할 때 실명이 공개되지 않더라도 누군지 대충 파악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육행정학회 관계자는 “대형강의의 경우 강의를 듣는 학생이 많아 익명성이 보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강의의 경우에는 강의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익명성이 보장되기 어려울 수 있 다”고 설명했다.



수시로 학생이 강의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야

특수성 고려한 강의평가 필요해

강의평가 결과 이행 여부, 교권 침해 우려 있어

학습자 중심의 강의평가 도입해야

학생을 위한 강의평가 필요해

전문가는 강의평가 결과를 학생에게 공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행정학회 관계자는 “학교에서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게 되면 학생이 수강신청을 할 때 좋은 평가를 받은 강의와 낮은 평가를 받은 강의를 구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학은 강의평가를 학생에게 공개하고 있다. 동국대학교의 경우, 학생이 교내 전산정보시스템을 통해 강의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동국대학교 관계자는 “학생이 수강신청 전에 학교에서 제공하는 강의평가 결과를 활용해 수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동국대학교 재학생은 “학교에서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주변 학우들도 수강신청 전에 강의평가 결과를 열람해 교과목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강의평가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학생에게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행정학회 관계자는 “학생에게 강의평가가 어떻게 활용되며, 수집된 데이터가 어떻게 투명하게 관리되는지, 강의평가 시 학생들이 로그인을 한 뒤에 평가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수업 개선을 위한 강의평가 이뤄져야

한국교육행정학회 관계자는 “강의의 질 개선을 위한 강의평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강의계획서, 수업 교재, 교수의 전문성 등 강의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이러한 특수성을 반영한 강의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충북대학교의 강의평가 항목은 ▲강의계획서를 통해 수업의 목표 내용, 일정, 평가 등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교재 및 강의자료는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학생의 수준이나 수업 내용에 맞는 적절한 수업 방식이 사용됐다 ▲학생이 이 수업을 통해 과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교육행정학회 관계자는 “충북대학교 강의평가 항목이 만들어질 때 교육 전문가가 주축이 돼 문항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강의평가의 목적은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교육행정학회 관계자는 “대학에서 강의평가를 진행하는 이유는 실질적으로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수학습방법”이라며 “강의가 교수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옮겨가는 PBL 교육방법을 도입하는 것도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강의평가를 만들기 위해 해결돼야 할 문제가 많은 상황이 다.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와 그 강의를 듣는 학생의 원활한 소통도 중요하다.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필요한 때다.



조정은 기자

[email protected]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