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사실과 왜곡 사이 길 잃은 드라마 (한성대신문, 566호)

    • 입력 2021-04-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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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5-31 17:16

태조 이성계가 환각에 빠져 무고한 백성들을 죽인다. 그의 고조부는 기생에 빠져 야반도주한다. 충녕대군은 외국인 사제와 통역사에게 중국 전통음식인 전병과 중국식 만두 등을 대접한다. 지난 달 방영 2회 만에 폐지된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장면이다. 시청자는 도가 넘은 역사 왜곡에 분노했다. 비록 픽션이라고 하지만 드라마 배경은 조선이며,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다. 해당 문제는 조선구마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드라마에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 중국과 일본 등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자신들이 원조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우리와는 역사 문제인 ‘동북공정’부터 이른바 ‘문화공정’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드라마 속 역사 왜곡은 시청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역사 왜곡은 드라마 속 시대를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빈센조’의 경우, 중국산 비빔밥을 먹는 장면이 나와 논란이 생겼다. 해당 드라마는 TV뿐만 아니라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도 방영 중이다. 외국인 시청률이 높은 넷플릭스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인 비빔밥을 중국산으로 먹는다면 비빔밥의 출처를 모르는 외국인은 중국의 음식으로 오해할 수 있다. 이러한 연출은 중국이 문화공정을 주장하고 있는 요즘,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꼴인 셈이다.

어떤 식이든 우리의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드라마가 허구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드라마를 보는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사실과 관계없이 각인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성신여자대학교 서경덕 교수는 자 신의 SNS를 통해 “중국의 네티즌은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문화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드라마를 보며,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알지 못했던 사실이나 역사를 배우기도 한다. 드라마의 제작진과 작가는 드라마가 왜곡되지는 않았는지 항상 유의하면서, 드라마의 영향력을 의식해야한다. 시청자 역시 우리 문화를 더욱 이해하려는 노력과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오랜 시간 유지되고 이어져 온 우리 문화와 역사의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유연희(IC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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