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상황 때문에 저녁에는 학생 식당을 애용한다. 단품 찌개 하나로 저녁 식사를 하면 문득 30여 년 전 대학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도 지금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품 메뉴로 대부분의 끼니가 채워졌던 걸 보면, 안정된 직장 및 사회적 위치를 누리게 된 지금이나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던 이십 대 시절이나, 뭘 먹고 사는지 측면에선 크게 차이가 없다.
삼시세끼 모두를 진수성찬으로 먹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으나 확률적으로 수치가 낮다. 또 어차피 그렇게 먹다가는 무병장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 20대인 내 아들들과 제자들 역시 30년 후 오늘과 비슷한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지 않을까. 사회적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이 정도 음식은 먹고 살지 않을까. 이 정도 음식이면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대학 시절 내가 살던, 딱 오늘날 행복기숙사 크기의 기숙사에서 현재는 몇 배 더 넓은 전세 아파트로 옮겨가긴 했지만, 내가 주로 사용하는 공간 위주로 따져보면 크게 차이가 없다. 전세라서 불행한 것도 아니다. 그나마 자식들이 출가하면 난 이 전셋집을 처분하고 시골의 소형 아파트로 이사 갈 계획이다.
문득 19세기 미국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떠오른다. 소로는 소박한 삶을 예찬하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콩코드의 월든 호숫가에서 손수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 동안 자연 속에서 홀로 살아간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자연인’의 삶을 택한 것이다. 그곳에서 보낸 2년간의 삶과 명상의 기록이 바로 에세이 『월든 : 숲속의 생활』 이다.
『월든』에서 소로는 자신의 체험을 통해 “6주만 일하면 1년 치 양식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증언한다. 물론 1끼를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무한한 편차가 발생하므로 전제를 단다. “간소화하라, 간소화하라. 하루 3끼 대신에 필요하다면 1끼만 먹고, 100가지 요리를 5가지로 줄이고, 다른 것도 이에 비례해서 줄여라.”
미래에 어디서 무엇을 먹고살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대신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이들과 함께 내 삶을 꾸려갈 것인가에 집중하면 된다. 『월든』의 통찰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신영헌(교양대학 기초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