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자와 함께하는 시사한잔> 무노조 경영 종지부 찍은 삼전, 노사관계 개선의 시작될까 (한성대신문, 569호)

    • 입력 2021-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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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08-30 00:00

지난 12일, 삼성전자(이하 삼전)의 첫 노사(勞使) 단체협약(이하 단협)*이 체결되면서 ‘무노조 경영’이 막을 내렸다. 창사 이후 52년 만이다. 삼전과 삼전노동조합공동교섭단(이하 공동교섭단)은 지난해부터 30여 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한 끝에 올해 7월 단체협약안에 잠정 합의했다. 공동교섭단에는 기존 조직돼 있던 4개의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모두 참여했다.

창사 이래 노조가 설립되고 사측과 소통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사측은 불법적인 방식으로 노조 설립을 방해하고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 역대 회장들의 ‘노조 설립은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경영방침 때문이다. 노조 활동이 법으로 보장돼 있음에도 삼전 노동자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것이다.

수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2018년 3개의 노조가 조직됐고 삼전과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최종적인 단협 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2019년, 4번째 노조인 ‘전국삼전노조’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소속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명시적으로 밝히면서 단협 체결이 성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단협이 역대 회장들이 이어왔던 전근대적 노사관을 종식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단협 체결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것이 한계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삼전이 사측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단협에 응한 것이 아니냐’는 견해다.

이에 대해 박상인(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두 사건의 시점이 맞물린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남은 사법 처리가 결정된 이후에도 삼전이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성실히 단체협상에 임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바람직한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많다. 이번 단협 체결이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이다. 권오성(성신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삼전은 현재 노동3권이 충분히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 앞으로 노동3권을 준수하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광택(국민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는 “기존 공동교섭단이 요구했던 조항 중 일부 조항만을 합의했기 때문에 향후 교섭이 지속돼야 한다”며 “하청 노동자의 근로 조건 향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단체협약: 노사가 단체교섭을 통해 근로조건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등 제반 사항을 합의한 협약. 직장 내 최상위 자치 규범으로 노동조합법에 따라 취업규칙이나 개별 근로계약보다 우선된다.

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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