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이 가고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자외선차단제(이하 차단제)를 바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가 뜨거운 여름에만 자외선이 강하게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외선은 일 년 내내 우리의 피부를 손상시켜, 차단제는 사계절 필수품이다. 대체 자외선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차단제로 피부를 보호해야 하는 걸까?
피부를 공격하는 창, 자외선
자외선은 파장의 길이에 따라 UVA(320~400nm), UVB(280~320nm), UVC(100~280nm)로 나뉜다. 이중 UVA와 UVB는 지구의 대기층을 뚫고 들어와 피부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UVC는 오존층에서 완전히 흡수돼 소멸된다.
UVA와 UVB는 각각 우리 피부의 표피층과 진피층까지 침투해 피부의 세포 분자 결합을 깬다. 세포분자가 깨지면 멜라닌 색소가 분출된다. 이는 점, 기미, 검버섯 등 다양한 색소 질환을 유발한다. 이은주(연성대학교 뷰티스타일리스트과) 교수는 “적당한 멜라닌 색소는 우리 몸을 보호하지만 자외선으로 생성된 멜라닌 색소는 피부에 침착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UVA와 UVB가 피부에 닿으면 활성산소 생성이 촉진된다. 활성산소는 체내의 여러 대사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산화력이 강해 세포를 손상시키거나 피부조직의 콜라겐이 산화된다. 이 과정에서 주름이 생기는 등 피부 노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강신옥(메조팜) 이사는 “자외선은 피부의 탄력 섬유를 파괴시킨다. 자외선으로 인해 건조해진 피부는 수분이 부족해 피부에 주름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자외선을 막는 방패, 차단제
그렇다면 차단제는 어떤 원리로 우리 피부를 지켜주는 것일까? 차단제가 자외선을 막는 원리는 크게 유기적 원리와 무기적 원리로 나뉜다. 유기적 원리는 화학적 방법을, 무기적 원리는 물리적 방법을 활용한다.
먼저, 유기적 원리를 활용해 자외선을 막는 차단제를 유기자차라고 한다. 유기자차에는 옥시벤존, 옥티녹세이트 등의 성분이 들어있다. 이 성분이 피부에 스며들어 자외선을 흡수한다. 그리고 흡수한 자외선을 열에너지로 변화시켜 피부 밖으로 내보낸다. 유승혁(뷰티메이커스) 대표는 “자외선을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피부 온도가 높아져 유기자차를 사용하면 피부에 자극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기적 원리로 자외선을 막는 차단제는 무기자차라고 부른다. 무기자차의 주성분은 티타늄디옥사이드와 징크옥사이드로 빛을 산란시키고 반사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 성질로 인해 무기자차는 피부 표면에 보호막을 생성해 자외선을 물리적으로 튕겨낸다. 따라서 화학적 반응이 발생하지 않아 피부 자극이 덜하다.
차단 효과 미비한 마스크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차단제를 바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마스크는 자외선으로부터 우리를 완벽하게 보호할 수 없다. 마스크로 가린 부분은 마스크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천의 밀도가 높아 자외선 투과율이 낮게 나타난다. 그러나 마스크 내의 섬유는 자외선을 튕겨내지 못해 완벽한 차단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경우 마스크에서 반사된 자외선이 눈가나 콧등으로 흡수된다. 결국 햇빛으로부터 들어온 자외선과 반사된 자외선이 합쳐져 색소침착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다.
강 이사는 “다가오는 가을은 여름보다 태양의 고도가 낮아 햇빛이 피부에 더욱 깊숙이 침투한다”며 “마스크 착용 여부와 관계없이 차단제 사용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