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필름카메라로 사진찍기’가 취미인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술 발달로 좋은 카메라가 내장된 휴대폰과 DSLR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필름카메라와 그에 사용되는 필름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필름카메라 자판기도 나타나고, 사라졌던 필름인화 및 현상 가게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SNS 계정이나 블로그에 올리며 공유하는 문화를 향유한다.
다시 유행하는 것은 필름카메라뿐만이 아니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는 말처럼, 과거의 유행은 약간의 변형과 함께 현재로 돌아온다. LP판과 턴테이블, 음악, 패션 등도 재유행돼 돌아온다. 요즘 흔하게 들어볼 수 있는 ‘뉴트로’라는 단어는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 표현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옛 음악을 듣고, 옛 사진을 꺼내 본다. 과거의 문화를 돌아보고 다시 사용하며 심신의 안정을 찾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현재가 불안정하니 과거의 평화로웠던 기억,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의 물건과 음악 등을 찾게 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시국이 가져다 준 불확실성이 이같은 현상에 부채질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미래를 꿈꾸기보다 과거를 돌아보며 안정을 얻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과거를 되돌아보며 그 경험 속에 있었던 희망을 찾아 불안한 심리 상태를 진정시킨다. 몇몇 사람들은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미래로 나아갈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과거가 없다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뉴트로 문화처럼 지난 경험을 통해 현재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와 미래만 바라보며 바삐 달리는 사회 속에서 나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과거의 추억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또한 쌓아 온 과거를 통해 현재를 정비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준비를 해야 한다. 과거를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발판 삼아 살아간다면 앞으로 나아갈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테다. 그렇다면 불안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천천히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최가은(인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