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고한' 피해자를 막으려면 (한성대신문, 570호)

    • 입력 2021-09-23 00:00
    • |
    • 수정 2021-09-21 02:21

지난달 26일, 한 남성이 위치추적 전자장치(이하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40대 여성을 살해했다. 이어 3일 후, 전자발찌를 절단한 채 도주해 50대 여성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전자발찌는 전자감독제도에서 사용되는 장치이며, 재범 위험성이 높은 특정 범죄자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보호관찰관은 전자발찌 착용자를 밀착 지도·감독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보호관찰관의 직무유기 논란이 제기됐다. 담당 보호경찰관이 전자발찌 훼손 6시간 후 체포영장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보호관찰관의 초동 대응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호관찰관에게는 업무지침 및 단순 매뉴얼만 제공된다.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은 전무한 실정이다. 법무부는 보호관찰관에게 업무지침 및 매뉴얼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양질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기본적인 매뉴얼로는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는 등의 돌발상황을 적절히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호관찰관의 충분한 인력 배치도 뒤따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보호관찰관은 고작 467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자 감독 대상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4,066명이었던 전자발찌 착용자는 2021년 7월 기준 8,166명으로 늘어났다. 보호관찰관의 업무시간 등을 고려하면, 1명의 보호관찰관이 60명 이상을 관리하는 셈이다.

물론 전자발찌가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보호관찰관의 역량이 강화되고 그 수가 늘어나도 재범을 완벽하게 막긴 역부족이다. 게다가 전자발찌는 훼손도 가능하다. 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보호수용제도 등 보다 체계적인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보호수용제도는 형기를 채운 뒤에도 일정 기간 동안 수용시설에서 숙식하는 제도다. 주로 아동 성폭력범, 연쇄살인범, 성폭력 상습범 등 재범 위험성이 높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위치 추적만으로는 범죄자의 세부적인 행동 관찰에 한계가 있다. 사건을 사후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더 이상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

조정은 기자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