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묻고 현장이 답하다> 학생 대신 한숨만 가득한 상점 (한성대신문, 570호)

    • 입력 2021-09-23 00:00
    • |
    • 수정 2021-09-22 03:28

<편집자주>

나 말고 다른 사람. 그의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그에게 묻는 것보다 그가 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던가. 종이에 적힌 자료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 현실적이다. 나를 그로 바꾸기 위해 신문사 밖으로 향한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생생한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함께 개강을 맞이한 것도 벌써 4학기째다. 비대면 강의가 계속돼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자, 교내상점은 매출이 급감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교내상점의 풍경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본교 구내서점, 출력센터, 팥고당을 방문해 교내상점이 처한 현실을 취재해봤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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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기자

[email protected]

"교내상점의 어려움에는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아요"

우촌관 1층 구내서점

오전 8시 30분. 구내서점의 하루가 시작된다. 서점 사장은 8시 20분에 출근해 환기를 하고 쌓아둔 책을 정리한다. 대부분의 강의가 비대면이라 그런지 학기 초반임에도 서점을 찾는 학생이 없다. 서점 사장이 책을 정리하며 말을 건넨다. “코로나19가 없을 때는 개강 초에 학생들이 언덕까지 줄을 서서 책을 사곤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학생들을 보기 어렵네요”

문을 연 지 3시간 30분 만에 처음으로 두 학생이 구내서점을 방문한다. 한 학생은 경영학 교재를, 같이 온 친구는 검은색 절연 테이프를 구매한다. 코로나19 이후 교재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다. 과거에는 강의교재를 100권 넘게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고작 10권씩만 발주를 넣는다. 심지어 문구류는 거의 판매되지 않아, 지난 1년 6개월 동안 새로운 상품을 주문하지 않았다. 서점에 정기적으로 배달되는 문구 홍보 팸플릿은 구석에 쌓여만 있다.

“띠링” 서점 사장의 휴대폰에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는 알람이 울린다. 서점 사장은 서둘러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다.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아 직접 서점을 방문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러자 구내서점은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주문을 받아 택배로 책을 보내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1학년 영어교재 있나요?”라는 문자 메시지에 ‘책이 있다’고 답장을 보낸다. 학생이 문자 메시지로 다시 묻는다. “얼마인가요?” 또다시 서점 사장이 답장을 한다. 여러 번 연락을 주고받은 끝에 주문이 확정됐다.

주문받은 책을 찾아 에어캡으로 싸서 포장 봉투 안에 담는다. 택배 운송장에 주소를 적어 포장 봉투 위에 붙인다. 우체국에 보내기 전 포장된 책의 사진을 찍는다. 주문한 학생에게 사진을 보내 책을 발송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서점 사장은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주문을 받아 책을 판매하는 일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설명한다. “클릭 몇 번으로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 서점과 달리 주문을 받고 보내는 과정이 번거로워요. 하지만 서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요”

오전 시간 동안 서점에서 판매된 제품은 책 6권과 테이프 1개가 전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구내서점의 매출은 과거 대비 80%나 감소했다. “지난주에는 택배로 보낼 책이 조금 있었는데 이번 주는 거의 없네요. 추석 연휴가 지나면 이용하는 사람이 더 없을 거예요. 서점을 운영해도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아 요즘엔 문을 일찍 닫아요”

▲학생에게 보낼 책에 주소를 적고 있는 구내서점 사장

미래관 지하 1층 출력센터

오전 9시 30분. 교내 출력센터에 불이 켜진다. 출력센터 유리창에는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최근엔 9시 30분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퇴근 시간도 5시 30분으로 앞당겨졌다. 출력센터를 이용하는 학생이 없다 보니 늦게 출근하고 일찍 문을 닫는다. 출력센터의 주인이 기자에게 말을 건넨다. “몸은 조금 편할지 몰라도 마음은 답답하죠”

오후 1시가 됐지만, 출력센터를 찾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출력센터 사장은 여전히 홀로 카운터에 앉아 손님을 기다린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아르바이트생을 1명 고용했으나, 업무도 없고 매출도 줄어 함께 일하기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인쇄 주문이 물밀듯 들어왔다. 교수들은 강의 교재를 제작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학생들은 파일로 제공된 강의 자료를 인쇄하러 왔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교내에서 진행되는 각종 행사 책자와 현수막 제작도 모두 출력센터의 몫이었으나, 행사가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돼 관련 의뢰가 80% 가까이 줄었다.

영업을 시작한 지 4시간이 지나서야 한 학생이 출력센터로 들어선다. 오늘의 첫 손님이다. 한 시간가량 더 지켜봤지만, 더 이상 출력센터를 찾는 이는 없었다. 센터 바로 옆에서 무인 출력 PC를 24시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역시도 한 명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출력센터를 4년째 운영 중인데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70% 이상 감소했어요. 내년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버텨야 해요” 주문해둔 인쇄 자재와 방치된 기계가 하루빨리 바삐 움직이는 것이 출력센터 주인의 바람이다.

▲오전 9시 16분. 불이 꺼져있는 출력센터

상상관 2층 팥고당

오전 8시에 문을 여는 팥고당. 직원은 7시에 출근해 당일 판매할 빵을 만든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판매하는 빵의 양은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판매량이 많은 날은 추가 제빵도 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만들어둔 빵을 폐기하기도 한다.

요즘엔 점장과 직원 한 명이 출근한다. 과거 4명이 함께 일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매출이 줄어들자 인건비 문제로 출근 인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등 손님이 몰리는 시간엔 두 명이 일하기 버거울 때도 있다. 오늘 출근한 직원은 제빵 담당이지만, 매장 사정상 커피를 내리는 일도 같이하고 있다.

점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홀로 커피 단체 주문을 받은 직원이 손을 부지런히 놀린다. “업무 분담이 되지 않아 불편해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면 아르바이트를 뽑을 수 있지만, 잠깐 편하려고 새로운 인원을 뽑기는 재정상 힘들죠”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1시. 직원이 매장 입구 정면에 위치한 조리대에서 빵을 포장한다. 그 순간 여자 손님이 매장 문을 열고 들어온다. 곧바로 그녀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춘 뒤 주문을 받으러 카운터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직원은 주문을 받기 전 손님에게 QR코드 인증을 안내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할 필요 없던 일이다. 종종 외부인들은 ‘상상관에 들어올 때 인증을 했는데 또 해야 하냐’며 따지기도 한다.

전화를 받으며 매장 문을 급히 연 한 남자가 매장 한쪽에 쌓여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바라본다. 곧이어 남자는 커피를 제조하고 있는 직원에게 묻는다. “혹시 매장에 앉아있지 못 하나요?” 직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매장 내 취식이 불가능하다. 매장 한편에 정리된 의자와 테이블을 본 뒤 그냥 나가버리는 사람도 허다하다. 의자와 테이블을 사용할 수 있던 5·6월과 비교해 매출도 2~3배 가까이 감소했다.

오후 1시부터 2시간가량 음료 36잔, 빵 4개가 팔렸다. “코로나19 이전엔 매출이 지금보다 최대 5배 정도 더 많이 나왔어요. 그래도 오늘은 그나마 사람이 많은 편이에요. 하루 종일 음료를 고작 40잔밖에 팔지 못한 날도 있어요” 본사에서는 4시쯤 매장을 닫으라고 권고했지만, 팥고당은 6시까지 영업한다. 그사이에 오는 한두 명의 손님이라도 더 받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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