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우주의 문을 여는 열쇠 : 우주선 (한성대신문, 572호)

    • 입력 2021-11-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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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11-15 00:01

'3, 2, 1 발사', 누리호가 웅장한 소리와 함께 불기둥을 내뿜으며 하늘로 향한다. 지난 10월 21일 오후 5시 나로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우리나라가 최초로 독자 개발한 우주선이다. 1957년 최초의 우주선이 발사 된 후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24개국만이 우주선의 개발과 발사가 가능하다. 까마득한 저 우주 넘어서까지 몇백 톤에 육박하는 우주선은 어떻게 날아가는 걸까?

▲누리호 [사진 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선을 움직이는 '과학의 힘'

우주선이 발사되면 '힘과 가속도의 법칙'이 적용된다. 힘과 가속도의 법칙이란 뉴턴의 제3법칙으로, 물체의 가속도가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에 비례하고, 물체의 질량에는 반비례한다는 개념이다. 즉, 같은 크기의 힘이 작용하더라도 질량이 가벼워지면 가속도가 증가한다는 말이다. 우주선은 2단 혹은 3단으로 구성된다. 각 단마다 일정량의 연료가 들어있는데, 연료를 다 쓴 순서대로 단의 분리가 진행된다. 단이 분리되면 우주선의 무게가 줄어들고 결국 추가적인 연료 없이도 속도가 증가하게 된다.

우주선이 발사되는 순간에는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적용된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뉴턴의 제2법칙으로, 일정한 방향으로 가해진 힘만큼 반대 방향으로도 같은 양의 힘이 가해지는 원리다. 지면을 향해 분출하는 추진력만큼의 힘이 반대로 작용해, 우주선이 우주로 발사되는 것이다. 이때, 우주선의 무게와 중력을 모두 이길 정도의 힘을 얻으려면 약 7.5km/s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엔진이 필요하다. 최기영(인하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총알의 속도도 약 0.75km/s인데 우주선은 그 10배가 넘는 속도가 필요하다. 자기 자신의 무게를 들어 올리며 추진력까지 내야하기 때문에 엔진의 추력*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모든 우주선에는 화학 엔진이 사용되는데, 약 7.5km/s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엔진은 화학 엔진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화학 엔진은 화학물질을 추진제로 사용한다. 추진제는 '연료'와 연소를 도와주는 '산화제'로 구성되는데, 연료의 상태에 따라 액체 엔진과 고체 엔진으로 나뉜다.

우주선의 심장, '엔진'

우주선에는 화학 엔진 중에서도 액체 엔진이 많이 활용된다. 액체 엔진의 추진력이 고체 엔진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이다. 최기영 교수는 "우주선별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가 존재하는데 최고 속도는 온도를 분자량으로 나눈 값에 비례한다. 분자량이 더 작은 액체 연료가 고체 연료에 비해 추진력과 최고 속도가 좋다"고 설명했다.

액체 엔진과 고체 엔진은 우주선을 발사하기 위한 추진 과정이 다르다. 두 엔진의 추진제 보관 방법이 상이하기 때문인데, 연료와 산화제가 만나면서 연소를 일으키는 것이 추진의 원리다. 고체 엔진은 추진제가 담긴 탱크에서 곧바로 연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엔진의 작동 방식이 단순하다. 시동을 걸면 점화기가 작동되면서 연소되는 추진제가 노즐로 분출돼 우주선이 발사되는 구조다.

액체 엔진은 연료와 산화제가 따로 보관되기 때문에 '터보펌프'가 연료와 산화제를 각각의 보관 탱크에서 연소실의 노즐까지 전달해야 한다. 터보 펌프는 시동기와 터빈으로 구성돼 있으며, 회전에 의해 운동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그렇다면 액체 엔진의 추진제는 어떤 과정을 거쳐 노즐까지 도달할까?

시동부터 발사까지, '추진제'의 길

우주선의 추진은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 속 추진제가 각각의 공급관을 지나 연소실의 노즐까지 전달되는 과정이다. 연료와 산화제의 공급관은 연료의 터보펌프와 산화제의 터보펌프가 작동되면서 추진제를 공급한다. 시동을 걸면 터보펌프의 시동기가 작동되는데, 이때 시동기 내부에 들어있는 별도의 추진제가 연소되면서 가스가 발생하게 된다. 지속적인 압력에 고온· 고압이 된 가스는 터빈을 움직인다. 유체의 흐름, 즉 가스의 흐름은 터빈을 회전시켜 에너지를 만들고 터보펌프를 작동시킨다.

터보펌프가 압력을 가하면 추진제는 가스발생기와 연소실로 이동한다. 대부분의 추진제는 연소실로 주입 된다. 연소실의 상단에는 수백, 수천 개의 연료 분무구와 산화제 분무구가 박혀있고, 분무구를 통해 추진제가 잘게 부서진 상태로 방출된다. 이때 잘 섞인 추진제들이 연소되면서 고온·고압의 가스가 노즐로 분출되면 우주선이 발사되는 것이다.

한편, 가스발생기로 향한 추진제들이 연소되면서 가스발생기의 터빈이 돌아간다. 시동이 걸린 터빈은 펌프가 지속적으로 작동하도록 압력을 넣어준다. 또한 가스발생기에서는 불완전연소를 통해 터빈이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기도 한다. 불완전연소란 연료를 과잉 투입해 산소가 비교적 부족하게 만드는 것이다.

▲액체 엔진의 구조



캄캄한 우주 속 '숨겨진힘'

지구를 벗어날 때는 온전히 엔진의 힘으로 올라가지만, 우주에서 오랜 시간 비행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연료만으로 부족하다. 행성에 중력을 이용하는 '궤도운동'은 이를 고려한 방안 중 하나다. 우주선 중 하나인 인공위성은 일정 궤도에 오르면 연료 대신 궤도운동을 통해 비행한다. 우주에서 길을 잃지 않고 일정한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원심력과 중력으로 평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천체가 공전하는 힘을 빌리는 '스윙바이'는 가속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스윙바이는 천체의 공전 반대방향으로 접근해 반 바퀴 동안 천체의 중력을 이용 한다. 중력을 통해 가속력을 얻는 우주선은 천체의 공전 방향을 따라 나오며 속력을 얻는다. 반대 순서로 진행하면 속력을 줄이는 방법으로도 쓸 수 있다. 정확한 각도로 접근하지 않으면 경로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우주선의 접근 각도와 방향이 가장 중요하다.

더 먼 '미래'를 향한 발걸음

우주로 나간 우주선에 이온 엔진이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온 엔진은 지구의 중력을 이길만한 추진력을 내지 못해 우주에서만 사용된다. 현재 이온 엔진은 인공위성이 궤도를 유지하거나 방향을 조정할 때 이용되고 있다. 권세진(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이온 엔진은 약 20~250mN의 추력을 내는데, 지구의 중력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반면 우주선 발사에 쓰이는 화학 엔진은 몇백 톤mN의 추력을 낼 수 있다.

이온 엔진을 사용하는 우주선은 이온의 자기력을 활용해 추진력을 얻는다. 이온 엔진의 연료는 제논, 아르곤 등의 원소다. 원소가 이온화 과정을 거치며 전하를 띄는 이온이 생긴다. 전하를 띄는 이온이 방출되고 이때 자석의 같은 극이 서로 밀어내는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이온화란, 중성의 분자 혹은 원자가 전자를 잃거나 얻게 되어 전하를 띠게 되는 현상이다.

지금도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기술이 가진 단점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핵폭발을 이용하는 핵추진엔진, 태양풍을 이용하는 솔라세일, 특수 상대성 이론을 활용하는 헬리컬 엔진 등의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최정열(부산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다양한 방식의 엔진들은 새로운 물질의 등장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다. 기존의 아이디어를 구현할 공학적 수단 이 점차 실현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추력 : 반동에 의하여 생기는 추진력

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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