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이하 신용평가)가 지난 8월에 이뤄졌다. 특히 올해 신용평가는 이번에 새로 개정된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을 반영하여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신용평가등급은 AAA에서 D까지 총 10개 등급으로 나눠진다. 만약 기업이 여기서 C, D등급을 받으면, 그 기업은 부실기업으로 판정된다. 그리고 이 기업들은 필수로 정부가 추진하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 법정관리절차를 밟게 된다. 신용평가의 목적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채권은행들이 채무기업의 부실을 조기에 차단하고 부실기업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목적과는 다르게, 신용평가가 부실 기업을 판가름 하는 지표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그 예로 부실 논란이 있었던,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 해 3조원 가량의 순손실과 약 7300%의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우리는 부채비율이 200%가 기록되면 통상적으로 부실 기업으로 추측하는데, 이와 비교하면 7300%라는 부채 비율은 상당한 숫자다. 그럼에도 대우조선은 작년 6월까지 A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아왔다. 그리고 지난 해 7월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의 부실이 공개되고 나서야 BBB등급으로 하락했으나, 위의 등급 마저도 기업 부채 비율에 비해 상향평가 되었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타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신용등급이 너무 후하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진해운은 지난 해 약 848%의 부채비율을 기록했으나, 2011년에서 2015년까지 A-등급에서 BB+등급을 유지했다. 그런데 2016년 6월에는 B-로 떨어지고, 8월엔 C, 9월에는 한진 해운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상황이 반영되어 D까지 하향조정 됐다. 3개월 만에 이뤄지는 급박한 신용평가는 2011년부터 3년 연속으로 영업 이익 적자를 낸 한진해운의 상황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단기간에 걸친 계단식 신용등급 조정은 신용평가를 일명 ‘뒷북평가’로 만들었다.
위의 부실기업 평가 오류는 해당산업 분야를 넘어서 한국경제 전반까지 큰 파장을 미쳤다.
부실을 초기 대응하겠다는 신용평가의 목적 자체가 퇴색되는 순간이었다. 만약 신용평가에 부채비율과 같은 부실문제들이 제대로 반영 됐다면, 기업이 법정관리까지 내몰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노조파업과 일자리 상실 문제의 초기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박승록(경제학과) 교수는 “되풀이 되는 부실기업의 출현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용평가의 정확성에 많은 의구심이 존재 한다”며 우리나라 신용평가 시스템에 관한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신용평가가 미흡하게 이루어질 경우 “국가경제에 대한 피해, 구조조정 과정에 관련된 기업 및 이해당사자에 대한 피해, 그리고 구조조정과정에서 국민의 혈세 낭비 초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해당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한 투자자는 뒤늦게 부실 기업으로 평가 받은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어 평가당국을 고소한 바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부실기업 전반에 닥친다면 대규모 투자손실의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감독당국은 신용평가의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하여, 부실 기업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보다 확실한 지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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