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모르는 사람에게 대뜸 욕을 내뱉을 수 있을까. 보통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상식으로는 용납될 수 없다. 하지만 이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 존재한다. 익명의 가면을 쓴 온라인이라는 공간이다. 최근 악성 댓글로 인해 유명인이 연달아 극단적 선택을 한 사태만 떠올려도 온라인 속 잔혹함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악성 댓글의 대상이 되고 있어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가해자를 처벌하기까지 피해자가 감당해야 할 상당수의 과정이 해결돼야 한다. 현재 절차로는 피해자 개인이 악성 댓글의 내용과 아이디 등을 수집해야만 고소가 진행된다. 개개인이 명확한 증거를 준비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직접 고소 하지 않는다면 가해자의 처벌로 나아갈 수 없다. 피해자의 부담만 가득한 처벌 과정인 셈이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고소 절차를 밟는다 해도 가해자가 강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 악성 댓글은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 사이버 명예훼손죄에 근거해 각각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 혹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받을 뿐이다. 모욕죄와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악성 댓글이 ▲피해자 특정 ▲비방의 의도 ▲공연성 등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성립되는데, 조건들이 모두 충족되지 않는다면 처벌이 이뤄지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외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는 무고한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를 앗아가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모두를 규제하는 방향이 아닌 악성 댓글 가해자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
가해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개정안이 해답이다. 2019년 인터넷 준실명제와 혐오 표현 유통 방지 등의 내용을 포함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으나, 제20대 국회가 막을 내리며 발의된 법안들은 모두 사라졌다. 제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개정안의 재발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피해자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 당장 악성 댓글을 모두 막아내기란 힘들겠지만, 법을 개정하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이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