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을 맞이할 때면 언제나 그렇지만, ‘3월’은 특히 설렘을 가져다준다. 본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가 발생한지 5학기 만에 ‘대면 원칙’ 수업운영방안을 공고했다. 22학번 새내기들과 함께, 드디어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기대하고 있을 20·21학번 학생들의 설렘 가득한 등교 준비가 눈에 선하다.
그러나 설레면서도 시끄러운 시국이다. 정부의 방역패스 정책이 철회됐으며, 지구 한편에서는 전쟁이 발발했다. 많은 이슈 속 요즈음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제20대 대통령선거’라 할 수 있겠다.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의 정치 관심도 급증해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19대 대선 투표율’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30대의 투표 참여율은 18대 대선 당시 각각 68.5%, 70.0%였으나 19대 대선에는 각각 76.1%와 74.2%로 상승한 바 있다.
20·30대 청년은 부동층 비율이 높다. 서울경제와 한국선거학회가 지난 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30.9%가 찍을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 중 77.8%는 ‘찍을 만한 후보가 없다’고 답했다. 청년의 표심을 사로잡을 정책과 공약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번 대선 후보자들만 보아도 청년의 환심을 사기 위해 혈안이 된 것 같다.
대학생, 나아가 청년을 위한 정책은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매번 ‘늘 똑같다’, ‘본질을 꿰뚫지 못한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지난 2월 26일 혜화의 한 소극장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와 한국청년연대 등이 포함된 청년연대가 ‘2022 대선 비상선언: 주먹이 운다’를 진행했다. ‘청년 세대를 대변하는 후보가 없다’라는 취지로 열린 본 프로그램은 ‘청년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청년의 목소리가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며 대선 후보자들과 그들의 공약을 비판했다.
우습지만, 본교의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매년 진행되는 총선거와 정책토론회를 살펴보면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의 이름만 바뀔 뿐 비슷한 공약이 되풀이된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총선거 당시, 제37대 총학생회 후보로 출마한 ‘근본’, ‘BASE’, ‘성심’ 등의 3개 선본은 모두 원활한 ‘소통’을 이야기했으며, 제36대 총학생회 ‘EASY’ 역시 선본이던 시절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통’은 리더로서 지켜야 할 너무나 당연한 덕목이 아닌가. 비단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대학가 전반에서 공약 복사 붙여넣기는 오랜 골치다.
후보자들이 계속해서 비슷한 내용을 약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감히 짐작해본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공약의 사전적 정의는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함. 또는 그런 약속’이다. 국민과의, 학생과의 약속인 것이다. 약속은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오는 9일, 대선이 실시된다. 본교에서도 조만간 재선거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미 개강과 동시에 올 한해를 이끌어갈 학생자치기구들의 활동은 시작됐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시작만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마지막 페이지에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펜을 붙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의 펜촉이 길을 잃지 않고 끝까지 글을 써 내려 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긴장하고 경계해야 할 테다.
신혜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