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본교에 ‘트랙제’가 도입된 지도 벌써 5년이 지나 6년 차가 됐다. 19학번으로 입학한 학생이 4학년 과정을 밟고 있으니, 대부분의 학생은 트랙제가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학과(부)제로 입학했던 학생도 존재한다. 트랙제가 아직까지도 과도기를 걷고 있음을 나타내는 반증이다.
본교는 지난 2015년 1주기 대학구조 개혁 평가에서 재정지원 제한에 해당하는 D+등급을 받은 바 있다. 이후 교육부에서 컨설팅 이행과제를 받았고 이를 성실히 이행, 지난 2016년 재정지원 제한 대학 해제를 얻어냈다. 당시에는 1년의 기한을 둔 조건부 해제였으나, 2017년 9월 본교는 재정지원 제한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이행과제 역시 모두 완료했다. 그 결과 본교는 지난 2017년부터 트랙제를 전면 도입해 학사구조를 새롭게 구축했다. 일부 단과대학이 아닌 모든 학부와 세부 전공을 대상으로 트랙제를 도입한 것은 본교가 최초였다.
트랙제는 도입 첫해부터 크고 작은 잡음에 휩싸였다. 등록금이 상이한 학과(부)의 트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발생한 ‘학부 간 수업료 차이’를 시작으로 여러 문제가 대두됐다. 학부 통폐합으로 발생하는 소속감 저하와 전공 전문성에 대한 우려도 뒤따랐다. 또한 다음해 각 학과의 행정사무실이 급하게 통합되면서 학생의 혼란 역시 피할 수 없었다. 지난 2020년 3월에는 전공 이수학점이 부족해 졸업이 불가한 학생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트랙제에서는 1학기에 개설된 전공과목이 2학기에 열리지 않아, 총 이수학점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 불씨들이 확실히 진화(鎭火)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또한 지난해부터 시작된 트랙 구조조정 등 트랙제가 해결해야 할 과업은 여전히 남아있으며, 새롭게 등장할 수도 있다.
물론 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취지와 더불어 학생들이 자유로운 전공 선택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트랙제의 장점도 존재한다. 실제로 <한성대신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트랙제에 대한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트랙제가 취업에 끼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신입생들은 긍정적 답변이 부정적 답변의 약 2배를 기록한 반면, 기존 재학생들은 긍정과 부정의 답변이 비슷한 수치를 보였으며 오히려 부정적 답변이 우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년을 트랙제와 동행한 학생들이 느낀 부정적 이면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특히 주목할 결과는 트랙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트랙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에 ‘개선’을 선택한 학생은 44.9%였다. ‘기존 학과(부)제의 재 도입’이 30.6%, ‘유지’가 24.4%로 그 뒤를 이었다. 설문조사에서 한 학생은 ‘트랙제는 장점보다도 단점이 더 명확하게 드러나며, 이에 손해를 보는 학생들도 상당수 존재한다’며 트랙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본교가 트랙제의 선두주자로서 시행착오를 겪음은 당연하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본교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추가 될 것이다. 이제는 트랙제가 진화(進化)할 시간이다. 지난해 창의융합대학이 신설되면서 본교는 트랙제와 학과(부)제의 공존이 시작됐다. 앞으로 5년의 세월이 더 흐른 후 한성대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신혜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