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투자를 내 것으로, ‘박곰희 TV’ 박동호 대표 (한성대신문, 578호)

    • 입력 2022-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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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5-15 23:50

‘20대에 투자를 시작하는 3가지 방법’, ‘1만 원으로 투자 시작하는 5가지 방법’. 투자에 입문한 청년이라면 누구나 솔깃할 영상의 제목이다. 이런 영상을 꾸준히 제작하면서도 강의료 한 푼 받지 않는 사람이 있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투자를 쉽게 알려주고 싶다는 목표를 위해 달리는 유튜브 채널 ‘박곰희 TV’의 박동호(36) 대표다.

▲박동호 대표 [사진 제공 : 박곰희 TV

청년 투자 가이드 박곰희

54만 구독자를 지닌 박 대표가 자신의 투자 지식을 전달하는 법은 조금 남다르다. 투자의 ‘정답’이 아닌 ‘방법’을 알려준다. 단순히 투자할 종목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의 기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는 것이다.

“답을 알려주는 것이 편해요. 만약 제가 정답을 알려줬다면 더 많은 사람이 저를 찾고 채널의 성장 역시 훨씬 쉬웠겠죠. 하지만 투자는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을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이런 그의 가치관은 채널명 ‘박곰희 TV’와 ‘내돈은 내손으로’라는 슬로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채널명의 ‘박곰희’는 ‘빠꼼이’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빠꼼이는 어떤 일이나 사정에 막힘없이 훤하거나 눈치 빠르고 약은 사람을 이르는 금융권의 은어다. 박 대표는 빠꼼이의 긍정적인 뜻에 주목해 구독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이득을 잘 챙기길 바라는 이유에서 채널명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옆에 조력자가 있다고 해도 본인의 의지를 갖고 공부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천지차이에요. 내 돈은 내가 아니면 누구도 챙겨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빠꼼’하게 투자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주식에 일가견이 있는 박 대표도 처음부터 투자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늦깎이로 경영학을 공부하던 그는 장차 증권사에 종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는 투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26살에 대학에 입학했어요. 경영학과에 들어갔을 때 투자에 대한 꿈이 있진 않았지만, 어떤 선택을 해야 앞으로 내게 좋을지 고민하다 보니 증권사로 진로를 정한 것 같아요.”

대학 졸업 후 증권사에 입사한 박 대표는 투자에 대한 부족한 경험을 메우기 위한 공부를 병행했다. 노력의 결과로 그는 점차 더 많은 고객을 담당하게 됐다.

“취업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시작이었어요. 투자에 대한 경험이나 인턴 프로그램 같은 대외 활동 경험이 없다 보니 경험적으로 부족했죠. 늦춰진 시작점을 역전할 수 있는 방법은 노력밖에 없다는 생각에 입사 초기 당시 퇴근 후에 남아서 공부도 했었어요.”

그런 그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것은 더 큰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담당하는 고객의 수가 몇천 명을 웃돌자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다양한 사람에게 투자에 대한 도움을 주고 싶어진 것이다.

“증권사의 특성상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주는 투자가 다반사에요. 이미 큰 금액을 보유한 사람은 짧게 투자해도 큰 금액을 벌 수 있죠. 하지만 사회 초년생분들을 챙기는 일이 비록 저한테 더 큰 이익이 아닐 수는 있어도 그분들이 돈을 벌 때의 만족감은 남다르더라고요. 몇천 명을 넘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퇴사했죠.”

퇴사 후 박 대표가 처음 선택한 직업은 자산 관리 강사였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강의에 대한 수요는 없었으며, 되려 포트폴리오를 위해 개설한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 강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단 한 군데도 연락이 오지 않았어요. 전문적으로 자산을 관리하던 사람이 헐값에 강의한다는 말을 누구도 쉽사리 믿지 않았죠.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 당시 교육적인 성격보다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웠던 유튜브에서 많은 분들이 영상을 봐주시기 시작했어요.”

박 대표는 ‘박곰희 TV’를 개설한지 2년 반이 돼가는 지금도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그는 채널이 성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본래 목표였던 투자 전문가로서의 강의 활동을 하거나 자신의 투자법을 담아낸 저서를 출판하고 있다. 박 대표는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쉽게 주식을 알릴 수 있다면 어떤 새로운 길도 개척하는 미래를 그린다.

▲박동호 대표가 강의를 통해 자신의 투자법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박곰희 TV]

투자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박 대표는 최근 투자에 쏟아진 관심이 청년을 넘어 전 세대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고 말한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여파로 경제가 흔들리며 투자 시장 내 일부 종목들이 폭락과 급등을 반복했고, 급등 종목을 잡아 단기간에 큰 이득을 취하기 위해 사람들이 투자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장이 폭락한 이후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이어졌어요. 많은 매체에서 이때가 기회라는 이야기가 나오며 이례적으로 많은 사람이 시장에 참여했죠. 하지만 추후에 점차 시장이 안정화되면 그만큼 짧은 시간에 큰 이득을 볼 수 없어요. 투자를 위한 기본적인 공부와 돈을 모으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에요.”

그가 말하는 이상적인 투자는 실패할 경우를 감당할 수 있는 재력을 전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를 설계하는 청년에게 투자는 소중한 기회이지만, 대부분 상대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경제 환경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취업 전 청년에게 ‘꾸준한’ 투자는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많은 사람의 투자 환경이 다르겠지만 취업 전과 후의 차이는 특히 커요. 취업 전의 청년에게는 금액과 상관없이 투자에 사용하는 돈은 모두 목돈이에요. 꾸준한 재정이 안정적으로 받쳐주지 않는다면 투자를 위한 금전적 여유가 없어 이득을 보기란 어려워요.”

하지만 어린 시절 투자에 돈과 시간을 쏟는 것의 의미가 없진 않다는 것이 박 대표의 전언이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돈을 투자하며 실패한 경험과, 그때 겪는 감정이 쌓여 추후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청년의 투자가 ‘잃어서 아쉽다’에서 멈추지 않고, ‘배울 수 있는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금액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그의 가치관 역시 경험의 중요성에서 나왔다.

“투자의 과정에서 손실을 본다면 타격이 큰 금액을 사용하는 것이 그 당시에는 부담이 되지만, 추후 투자 상황을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바탕이에요. 물론 경험을 쌓기 위한 투자 습관과 공부가 함께 뒷받침돼야 해요.”

박 대표는 투자를 위한 공부에서 다양한 분야를 모두 섭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정 분야에 대한 집중이 아닌 ▲경제 ▲산업 ▲기업 ▲투자의 방법론 4가지를 모두 겸하는 것이 그가 중요시 하는 투자의 기본이다. 자기주도적인 투자를 하려면 가격이 형성되는 배경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주식을 공부하기 위해 하루에 몇 시간씩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출근길 혹은 아침에 잠깐 보는 경제 뉴스,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기업에 대한 관심이 현명한 투자의 기본이 돼요. 지식이 뒷받침돼야 주가의 변동이 아닌 그 배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말이죠.”

이런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알고 투자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것 역시 그가 중요하게 설명하는 부분이다. 박 대표는 주식의 가격 변화만을 보고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잘못된 투자로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하며, 실제로 단순한 가격 변동은 대부분 투자자들의 심리 변화나 유행에 따라 일어난다고 말했다.

“차트 속 나열된 가격에 중점을 두는 습관을 없애야 해요. 단순히 5만 원에 사서 5만 5천 원에 팔았다고 좋아한다면 기업을 보고 매매했다고 할 수 없어요. 기본 지식을 쌓았다면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것까지가 투자에 필요해요.”

더 많은 사람의 투자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박 대표는 스스로 투자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기회를 잘 활용할 것을 청년들에게 당부한다. 그는 유튜브 등을 통해 다방면으로 투자를 학습하거나 정보를 얻기 용이해졌다는 점과 청년에게는 부족한 돈 대신 충분한 시간이 있음을 적극 활용하길 바라고 있다.

“청년들이 불리한 점만큼이나 투자에 대한 기회도 많아졌어요. 진입장벽도 낮아졌고, 방학기간 동안 단기 알바를 해도 적지 않은 돈을 모을 수 있죠.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서 손이 안 가는 기회들을 꼼꼼히 계획해 투자에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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