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게임에도 '수제품'이 있다, 인디게임의 세계 (한성대신문, 517호)

    • 입력 2016-10-11 13:38

인디게임(Indie Game)독립게임이라는 뜻처럼 유통사나 회사와 같은 기업이 아닌 개개인으로 구성된 자생적인 개발팀이 만들어낸 게임들을 말한다. 인디게임은 기존 회사들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기존 게임업체들이 만들어낸 게임이 잘 만들어진 공산품이라면 인디게임은 사람의 손길이 들어간 수제품이다.

▲인디게임 '마인크래프트'에서 지은 건축물
게이머를 사로잡은 인디의 감성
마인크래프트(Minecraft)라는 이름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마인크래프트는 게임 내 세계 전체를 다양한 특성의 블록으로 구성한다, 플레이어는 무작위적으로, 또 무한히 생성되는 세계와 낮과 밤이 바뀌고, 기후가 바뀌는 다양한 환경에서 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건축물을 짓고 살아가야 한다. 이 마인크래프트는 세계 전체가 블록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건축물의 형태와 크기에는 제약이 없다. 중세의 성, 고즈넉한 오두막, 현대적인 빌딩까지 충분한 시간만 들인다면 판타지 영화에나 볼법한 건축물도 가능하다.
마인크래프트는 1억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인디게임계의 슈퍼스타이다. 이 게임이 제공하는 놀랍고도 자유로운 경험은 인디게임만의 감성이 잘 묻어난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게임방식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게임업체와는 다르게 인디게임은 다양하고 새로운 컨텐츠를 시도한다.
그 예시로 200만장이 넘게 팔린 아이작의 구속(The Binding of Isaac)’이 있다. 이 게임은 기괴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것만 같은 둥글둥글한 모습과 그로테스크함이 혼재된 이 게임의 독특한 그래픽에는 가정폭력으로 점칠된 개발자의 과거가 반영되어 있다. 일종의 광기마저 묻어나오는 이 게임적 상상력은 인디게임이 아니면 시도되지도 않았을 독특한 시도였다.
▲'아이작의 구속'은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게임업체의 기획팀이 투자자에게 개발예정 게임에 대한 설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게임의 그래픽은 아동용 카툰그래픽이지만 표현되는 것은 역겹고 그로테스크한 것들입니다. 또 공포게임은 아니지만 개발자의 어린시절을 반영해서 불안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상습적으로 조성할 것이며, 심지어 그 흔한 세이브 기능도 없습니다!”라고 설명했을 때 투자자가 와우, 그거 정말 환상적인 아이디어군요. 출시되면 분명 200만장쯤 팔릴 겁니다라고 말한다면 그 투자자는 정신병을 먼저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기성 기업들이 시도할 수 없는 인디감성이야말로 인디게임의 진정한 매력이자 무기라고 할 수 있다.
텀블벅에서 펀딩 중인 인디게임 '가이아의 시련'
한국에서 인디게임 개발자라는 것
인디게임의 개발은 개발능력을 보유한 사람들이 서로 팀을 이루어 진행한다. 딱히 자격이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본지의 취재에 응한 인디게임 개발팀 Clickmation의 대표 김정민(20)씨와 임경민(20)씨도 작년에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학생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가이아의 시련이라는 펀딩을 낸 어엿한 인디게임 개발자들이다.
인디게임을 개발하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제작의 자유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장르, 콘텐츠, 구동환경 등 기획에서부터 실질적인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신들이 제작하기 때문이다. 김정민씨 역시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며 인디게임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만약 그가 게임업체를 선택했다면 말단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자리까지 십수년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인디게임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창의력이다. 그래픽과 같은 기술력은 게임업체에 비해 뒤떨어지기 때문에, 창의적인 콘텐츠로 차별화를 시도해야한다. 이번에 이들이 제작한 가이아의 시련도 초기에는 퍼즐이라는 컨셉만 있었지만, 이후 RPG적 요소와 전략적인 요소를 대입하여 색다른 시스템을 구축했다.
개발팀은 게임이 나올 때까지 마땅한 보수가 없는 특성상, 보통 지인들이 의기투합하여 구성된다. Clickmation도 중학교 때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기투합한 김정민씨와 임경민씨를 중심으로 한 지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1인개발이 아닌 이상은 인맥이 금맥이란 말은 인디게임계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인디게임 개발팀이 자생할 수 있는 인프라는 매우 열악한 형편이다. 외국에는 스팀 그린라이트킥스타터와 같은 자체적인 홍보와 펀딩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이런 탓에 아예 외국에 인디게임을 출시하는 국내 개발자들까지 있는 형편이다. 임경민씨 역시 만들어도 홍보할 수단이 없다며 국내의 황량한 인프라를 지적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한 인프라는 바로 게이머들의 관심이다. “국내에서는 인디게임에 대한 관심이 적다고 말한 김정민씨의 말처럼, 무작정 열정을 강조하기보다는 이제는 현실적인 면에서 게이머들의 관심이 중요한 때이다.

▲팀 Clickmation의 김정민 팀장과 임경민 리드 프로그래머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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