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화정> 수학의 비법 (한성대신문, 581호)

    • 입력 2022-09-19 00:00
    • |
    • 수정 2022-09-18 11:59

어린 시절의 수학과 과학은 거의 똑같았다. 아이작 뉴턴은 역사가 자신을 과학자나 수학자로 나누는 것을 고민하지 않았다. 뉴턴은 아르키메데스, 가우스와 함께 세계 3대 수학자이다. 갈릴레이, 케플러, 코페르니쿠스 모두 그러하다. 나이 든 과학이 자신을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한다면 수학은 스스로를 영화감독이라고 여긴다. 예나 지금이나 수학은 현실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이지 않은 수학은 배워서 어디에 씁니까?”라는 질문에 유클리드는 동전을 던져 줬으며 아르키메데스는 도르래(pulley)를 선보였다. 정말 현실에서 수학을 쓰고는 있을까? 두 사람이 어떤 게임의 승리 규칙을 완전히 알고 있다면 이 게임은 영원히 무승부일 것이다. 그 승리 규칙에 새로운 규칙을 추가하자. 이 장애물이 제시되면 상상력을 통한 창의력이 생겨나게 되고 이제부터 수학의 즐거움이 시작된다. 리처드 파인만은 창의력이란 구속복 속에서 피어나는 상상력이라고 했다. 이렇듯 창의력은 마주친 장애물을 돌아가거나 넘어가거나 아래로 지나가는 길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수학은 그 장애물을 제시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그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a²+b²=c²이라는 피타고라스의 규칙에 새로운 규칙을 적용시켜 an+bn=cn 인지를 내세우고 여백이 좁다고 우기던 페르마, 당시까지의 수학적 개념의 시각화에 혁명을 이룬 데카르트. 비유클리트(Non-Euclidean)라는 새로운 공간을 접하게 되면서 엄청난 현상을 증명해 버린 젊은 특허청 직원-우리는 방금 아인슈타인을 만났다. 이들을 통해 수학이 창의력과 상상력의 기본인 것을 알게 되었다. 양주동(梁柱東) 선생은 ”몇 어찌”(기하幾何)를 통해 경험이 아닌 온전히 머리로만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사고의 훈련이 바로 수학의 힘이라고 하셨다. 문제를 생각(사고)하고 나타낼(표현) 줄 아는 것이 수학의 힘을 키우는 비법이다. 뛰어난 수학자는 무언가를 이해 할 수 있지만 위대한 수학자는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킬 수 있다. 이 가을에 책을 읽자는 말이다.

민경진(상상력교양대학 기초교양학부) 교수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