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전기차로의 완벽한 세대교체, 신호탄은 ‘배터리’ (한성대신문, 583호)

    • 입력 2022-11-07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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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11-07 07:39

‘위잉~’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동킥보드나 전기자동차 옆을 지나가다 보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소리다. 이는 전지가 탑재된 이동수단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이동수단의 움직임을 보행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인위적인 소리를 첨가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아직 내연기관 차량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몇 년 뒤면 도로는 이 소리로 가득 찰 전망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규제와 전기자동차에 대한 지원이 동시에 이뤄지며 전기자동차의 소비가 늘고 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Global EV Outlook 2022(세계 전기자동차 전망 2022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전세계 전기자동차 판매량은 약 660만 대로, 2020년 대비 2배가 늘어난 수치다. 손호인(한국폴리텍대학교 이차전지융합과) 교수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탄소 중립 정책 등으로 인해 전기자동차와 그 배터리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자동차는 석유나 가스 같은 인화성 물질을 사용하는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다르게, 탑재된 전지에 저장된 전기를 동력으로 구동한다. 엔진과 변속기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내연기관 자동차와 다른 지점이다. 전기자동차는 크게 ▲전지 ▲모터 ▲통합전력제어장치 ▲감속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선재(세종대학교 나노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순수 전기자동차의 차이점은 차량을 움직이는 동력원”이라며, “전기자동차의 모터는 주행 중에도 소음과 진동이 적고 가속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전기자동차의 바퀴는 모터가 회전에너지를 만들어 내며 굴러간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 엔진 내에서 연료와 공기가 혼합된 뒤 폭발한다. 엔진 내에서 폭발과 함께 발생한 힘으로 엔진 내의 원통형 피스톤을 아래로 밀며 왕복 운동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그 에너지로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회전에너지를 만든다. 반면 전기자동차의 모터가 회전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철저하게 전력과 컴퓨터에 의존한다. 전기자동차에는 차량 내 전력을 제어하는 통합전력제어장치 안 ‘인버터’라는 장치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모터의 회전 속도를 제어하면서 진행된다. 다만 전지에서 바로 전력을 송출하기에는 전류의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전지의 직류전원을 교류전원으로 바꾼다. 알맞게 변환된 전류는 모터로 향하고, 모터는 이 전기에너지를 회전에너지로 전환시킨다. 회전에너지는 감속기를 거쳐 바퀴로 전달되는데, 모터의 회전수가 내연기관 엔진에 비해 훨씬 높아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회전하기 때문에 필요한 과정이다. 위의 과정들을 모두 거치면 전기자동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전기’ 혈액으로 뛰는 ‘배터리’ 심장

전기자동차가 움직이는 데에 심장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배터리, 즉 전지다. 현재 대부분 전기자동차에 탑재된 전지는 이차전지 중 ‘리튬이온전지’다. 이차전지란 재충전이 가능한 전지다. 재충전이 불가해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건전지 등의 일차전지와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조권구(경상국립대학교 나노·신소재공학부 금속재료공학전공) 교수는 “일차전지와 이차전지의 차이는 가역(可逆)성이다. 이러한 차이점으로 인해 일차전지는 한 번 사용하면 다시 사용할 수 없는 반면, 이차전지는 수명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다”며, “이 둘은 비교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제작 의도부터 다른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리튬은 주기율표상 세 번째로 가벼우며, 에너지 밀도가 높다.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것은 단위 무게당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비교적 많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 가볍고 저장할 수 있는 전기의 양이 많다는 것이다. 이를 이용한 리튬이온전지는 엄청난 전기가 필요한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리튬보다 가벼운 수소나 헬륨이 사용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박용준(경기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기체 물질인 수소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수소저장합금이 별도로 필요하다. 그러나 그 무게가 무거워 전지로 만들 경우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무겁다”며, “헬륨은 화학 반응을 하지 못하는 비활성 기체이기 때문에 충·방전 과정에 필요한 반응을 하지 못해 전지로 부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리튬이온전지는 ▲양극(+) ▲음극(-) ▲액체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돼 있다. 리튬이온전지에 충전기를 꽂아 전원을 공급하면 전기로 인해 양극 속 리튬(Li)은 리튬이온(Li+)과 전자(-)로 분리된다. 이처럼 리튬이온전지의 충·방전은 리튬이온과 전자가 각각 음극과 양극으로 이동하며 이뤄진다. 분리된 전자는 외부 연결 회로를 통해 음극으로 이동한다. 전자가 음극으로 이동함에 따라 양극에 남아있던 리튬이온은 양의 성질을 띠게 된다. 이때, 전해질이 등장한다. 전해질은 이온만이 이동할 수 있는 특수한 통로다. 이 길을 이용해서 양의 성질을 띠는 리튬이온은 음의 성질을 가지는 음극으로 향한다. 서로를 끌어당긴 리튬이온과 전자는 전지의 음극에서 다시 리튬으로 안정화됨으로서 충전이 진행된다. 박 교수는 “리튬이온전지를 요약하면 전자는 장치에 있는 도선을 따라 흐르고 리튬이온은 전해질을 통해 이동하는 원리”라며, “전해질은 이온화되지 않은 물질은 통과시키지 못하기에 리튬을 이온화 시킨 리튬이온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전된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는 사용 즉시 방전이 시작된다. 이때, 충전 당시 리튬으로 구성됐던 리튬이온과 전자는 충전과 동일한 분리 과정을 거쳐 각각 양극으로 향한다. 이러한 과정으로 전기가 사용되며, 전기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렇게 양극과 음극의 구분이 명확한 이유는 분리막 덕분이다. 분리막은 말 그대로 양극과 음극의 물리적 접촉을 차단하는 매우 얇은 막이다. 차단벽의 역할을 수행하는 분리막은 리튬이온이 통과하는 매우 작은 구멍만을 갖추고 있다. 분리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가 통하지 않고, 높은 열에도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소재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이다. 최윤혁(대구가톨릭대학교 신소재화학공학부) 교수는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안정성이 요구되며, 전해질이 함침(含浸)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내에서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 시, 도선을 통해 전류가 흐르지 않거나 반응에 의한 화재에 대한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아직 오지 않은 꿈의 전지, ‘전고체’

분리막은 이처럼 안전에 매우 중요하지만 한 가지 약점이 있다. 바로 분리막을 감싸고 있는 전해질이 액체여서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분리막은 외부 충격에 의해 훼손될 수 있다. 분리막이 망가지면 양극과 음극이 만나게 돼 폭발 등과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 더불어 액체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온도 변화로 인한 배터리 팽창, 외부 충격에 의한 누액 등 배터리 손상의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리튬이온전지 같은 경우는 유기계 전해질이기 때문에 불이 잘 붙는다. 스파크가 한 번만 튀어도 전해질에 불이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근 ‘전고체 전지(All Solid State Battery)’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전고체 전지는 온도 변화와 외부 충격에 비교적 무디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전고체 전지는 고체 전해질을 지닌다. 이에 더해 고체 전해질은 분리막의 역할도 수행해 전고체 전지는 ▲양극 ▲음극 ▲고체 전해질로 구성된다. 유호석(경운대학교 에너지소재공학과) 교수는 “전고체 전지는 분리막이 필요하지 않고 전해질이 분리막 역할을 한다. 또한, 분리막이 없으므로 그 공간 역시 다른 물질로 채울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김 교수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하게 되면 안전성 향상과 함께 양극과 음극의 물리적 접촉을 차단해주는 분리막이 필요하지 않다. 즉, 고체 전해질이 그 자체로 분리막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온도 변화로 인한 부반응이나 외부 충격에 따른 누액의 위험성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전고체 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전지보다 높다. 이는 곧,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하는 전기자동차보다 오래 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최 교수는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성이 사라져 안정성과 관련된 부품들을 줄이고, 그 자리에 배터리의 용량을 늘릴 수 있는 활물질을 채웠기 때문에 기존의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고체가 전해질의 소재로 활용될까. 3가지의 소재가 높은 기대를 받고 있는데, 각각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다. 황화물계 물질이 이중 가장 주목받고 있다. 고체임에도 불구하고 리튬이온의 이동속도가 액체와 견줄만하기 때문이다. 이는 빠른 충·방전 속도를 보장한다. 더불어 산화물계보다 성질이 연해 가공성이 우수하다.

다만 황화물계 물질에는 치명적일 수 있는 단점이 존재한다. 황화물계 물질은 공기에서 수분과 만나 반응하면 황화수소와 같은 유해가스가 발생한다. 황화수소는 사람을 사망케 할 수 있는 독성을 지녀 무척이나 위험하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황화물계 물질이 전해질인 전고체 전지는 세상에 나오기 어렵다. 김태희(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울산차세대전지연구개발센터) 센터장은 “황화물계 물질은 공기 중 수분과 반응 시 황화수소와 같은 독성가스가 발생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학교나 연구소 수준에서는 방지가 가능하지만 제조생산 공장은 그와 같은 수준의 환경 조성이 불가해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자동차 전지 기술의 향방이 전고체 전지의 발전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 교수는 “현재 많은 국내 기업들의 전고체 전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뒤처지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김 센터장은 “현재의 전고체 전지는 안전성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특성이 현재의 리튬이온전지 대비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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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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