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한성문학상 - 소설 부문 수상소감>

    • 입력 2022-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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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12-05 00:00

군대에서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사회로 나갈 수 없다는 답답함이 소설 쓰기에 힘을 실어 주었다. 평소 문학을 좋아했지만, 그 마음은 독자로서의 경계선 안에 머물렀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뭉근하게 차오른다. 때마침 국방부에서 간부와 용사를 대상으로 병영문학상을 개최한다는 포스터를 접할 수 있었고, 첫사랑에게 용기를 내 투박한 손편지를 적는 중학생의 순수함처럼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고된 과업을 수행하고 모두가 달콤한 꿈결을 유영하기 시작한 늦은 저녁, 매일매일 연등 신청을 해 두 시간 남짓한 작고 소중한 시간을 꾹꾹 글자로 눌러 담았다. 겉으로 보기에 적요한 글쓰기는 한걸음 깊이 있게 다가가면 여느 스포츠 못지않게 격렬한 행위였다.
하지만 마음을 다 담아내기 전에 기한이 지나 버렸다.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면 보여주지 않겠다는 고집이 문제였다. 아쉬움을 꿀꺽 삼켜냈지만 되새김질하듯 그 마음은 자꾸자꾸 올라왔다. 작은 불씨만 있어도 깨어날 마음은 이번 한성문학상을 반가로이 만날 수 있었다.
오래 구겨 놓은 소설을 다시 펼쳐내 예쁘게 다듬어 세상에 내보일 수 있게 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좋아하는 이에게 받은 작은 인사로 하루가 말갛게 채색된 기분도 들었다.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할 아픔을 소설이라는 거짓의 형태로 속여 독자에게 공개하는 소설의 매력이 계속해 소설을 쓰게 만든다. 앞으로도 소설의 너른 품에 안겨 한껏 응석 부리며, 실컷 투정 부릴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김남수(인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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