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수강하기 위해 상상관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학생식당으로 향할 때 눈길을 사로잡는 대자보와 현수막을 목도한 경험이 있는가. 지난 2월 1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한성대학교지부(이하 노동조합)가 직원의 총장선출투표권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학교법인 한성학원은 이에 대해 노동조합과 논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는 점을 밝히며, 학생 의견 수렴 가능성 또한 내비쳤다. 학생인 본인의 이목을 끌고, 희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민주적인 대학을 위해서는 총장직선제가 시행돼야 하며, 그 과정에서는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왜 대학은 민주적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면, 사회 속의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곳이 대학이라는 답을 내놓고 싶다. 대학에서부터 민주적으로 지도자를 뽑아내는 경험이 부재한데, 어찌 한 사회에서 시민으로서 기능할 수 있겠는가. 학생들은 학교에서부터 실질적인 주요 주체로서 인식되는 경험이 필요하다. 총장 역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려면 총장직선제가 필수적일 것이다.
그러나 학생의 투표권을 교원과 동일하게 1인 1표로 보장하는 대학은 전무한 상태다. 총장직선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들도 학생의 투표권을 1인 1표로 온전히 보장하고 있지 않다. 비교적 학생 반영 비율이 높은 대학도 20% 정도만을 반영하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도 학생사회에서의 논의는 다소 소극적인 모양새다. 물론 총장직선제 실현을 위해 농성을 벌이는 총학생회가, 학생을 대상으로 총장 후보자 정책토론회를 실시하는 대학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학사회 전체를 두고 보자면 티끌조차 되지 않을 만큼의 비율이다.
왜 학생사회는 잠잠할까. 학생들은 총장선출 투표권을 가지는 것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눈앞에 산적한 여러 과제를 해결하느라 급급할 뿐이다. 학생 개인과 밀접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느끼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자. 당신은 본인과 동기, 선배, 후배까지의 목소리가 학교 운영에 반영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가.
학생사회는 진보해야만 한다. 스스로가 학교의 주인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모든 개인에게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이를 위해 학생대표들이 나서야 한다. 학생들의 관심을 고취시킬 방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본교 총학생회장은 본사와의 인터뷰에서 “최종적으로 교수, 직원, 학생 모두 총장선출과 관련한 각자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최종’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 사안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학생이 결집하고, 학생사회가 하나 된 목소리를 외치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한혜정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