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외친 시국선언, 청계광장에서 밝힌 촛불
지난 25일, 국가를 뒤흔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문이 발표되었다. 의혹으로만 빚어지던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를 인정하는 사과문이었다. 이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26일부터 시국선언을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대학생들이 있었다. 단 삼 일만에 서울 소재 29개 주요 대학 중 22개 대학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26일에는 이화여대를 비롯한 5개 대학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연세대를 포함한 6개 대학이 뒤를 이어 27일 발표했다. 28일에는 서울대를 비롯해 9개 대학이 이에 동참했다. 이후 우리 학교와 덕성여대, 명지대 등 대학들이 시국선언을 이어나가며 그 불길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22개의 시국선언문에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헌법을 위배했으며,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는 28일 발표한 시국선언문을 통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의 첫 문장이 허울만 좋은 소리가 되었다며 이 문제가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자, 민주주의 상실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서강대는 “상식을 위해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최순실 씨의 딸이 재학한 이화여대는 “헌법재판소에서는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해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은 정당화된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이 그러하다”며 신임을 배신한 대통령에게 퇴진을 요구했다. 서울대는 “지금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인가, 아니면 역사의 퇴보를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정권은 짧지만, 우리가 이끌어갈 대한민국의 미래는 길다”며 입장을 강력히 표했다.
한편 공정하고 투명한 특검을 요구하는 내용도 찾아볼 수 있었다. 28일 한양대가 발표한 2차 시국선언문은 “특검은 ‘꼬리 자르기’식 특검이 아니라. 여당과 대통령도 수사하고 처벌할 수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발표된 서울시립대의 시국선언문에도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 진상을 철저히 밝히기 위해 중립적인 특검을 동원해 최순실을 구속하고 관련자는 성역 없는 수사를 받아야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모든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 박근혜 정권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새로이 중립적인 특검을 도입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에 연루되어있는 동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선언문도 있었다. 홍대는 차은택, 김종덕 동문에게 “선배님들이 홍익대학교 교정에서 맺은 그 개인적 친분은 홍익대학교 교정을 거니는 우리 후배들에게 부끄러움이 되어 돌아왔다”며 학교가 권력 사유화의 장이 된 것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나아가 학교의 이름이 더 이상 더럽혀지지 않도록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털어놓고 국민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동국대는 “동국대 출신인 집권 여당의 수장은 그저 현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나도 연설문을 쓸 때,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는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발언에 질책을 가했다.
한편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이번 집회가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사과 이후 진행된 첫 번째 집회에 불과하다며 11월 12일에 예정되어있는 민중총궐기에 많은 시민들이 나서줄 것을 부탁했다.
문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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