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하위 국가’, 기후 위기 대응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갖는 지위다. 2022년에 국제 기후 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 등이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후 정책 분야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기후 위기 대응 분야의 예산을 대거 삭감했다.
산림청의 ‘탄소중립* 추진기반 및 실증기술 연구’ 예산이 전년 대비 25.7% 감축됐다.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산림 부문에서는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데에 쓰이는 예산이 깎인 것이다. 정부는 이외에도 기후 위기 대응에 필요한 ▲기상재해 사전대비 중심의 수치예보기술 개발 ▲온실가스저감을 위한 국토도시 공간계획 및 기술개발 ▲탄소 포집·저장(CCUS) 기술 연구 등의 연구 예산 다수를 ‘건전재정’ 실현이라는 명목으로 삭감했다.
연구 예산 축소는 가까운 미래에 영향을 미칠 기후 위기를 장기적인 차원에서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조치다.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각 분야에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탄소가 적게 배출되는 생산 방식은 무엇일지, 해당 방식이 우리나라 산업계에 정착하려면 어떤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지 등은 모두 연구로부터 비롯된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기후 위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모습은 국민으로 하여금 경각심을 가지게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정부가 세금을 대거 투입해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려고 애쓴다면, 국민은 기후 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과제임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산림청의 예산을 비롯한 기후 위기 관련 연구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 올해만 돌아봐도 여름 ‘극한 호우’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앞으로는 일상이 될지 모를, 참담하고도 두려운 광경이다. 정부는 기후 위기를 넘어 생존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경고를 허투루 듣지 않고, 예산 투입을 포함한 더욱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탄소중립 :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흡수량을 늘려,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목표
권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