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법의 어제와 오늘> 여전한 은폐 우려, 군사법원법 (한성대신문, 595호)

    • 입력 2023-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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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12-04 00:00

군대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으로 인해 지난 2021년 한 여성 부사관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피해자로부터 피해 신고를 받고도 수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혐의를 받는 군검사에 대한 판결이 오는 18일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이후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의 은폐를 막기 위해 2021년 『군사법원법』의 개정이 이뤄졌지만, 군대에서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군사법원법』은 군인의 형사재판을 관할하는 군사법원의 업무, 권한 등을 규정하는 법률이다. 개정이 이뤄지기 전의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에서는 군사법원이 군인이 범한 모든 죄에 대한 재판권을 가지고 있다고 규정했고,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갖는 사건을 수사하는 주체를 군검사와 군사법경찰관으로 정하고 있었다.

2021년 발생한 여성 부사관의 성폭력 사건을 군 당국이 은폐·축소하려는 정황이 드러나자, 군대 내에서 벌어졌더라도 은폐·축소 우려가 있는 성폭력 사건 등은 민간에서 수사·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발생하며 『군사법원법』의 개정이 이뤄졌다. 제2조에 군인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성폭력 등을 저질렀다면 일반 법원이 해당 사건의 재판권을 갖는다는 예외 조항이 신설됐다. 또한 군검사와 군사법경찰관의 수사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제228조에 군검사나 군사법경찰관이 군대 내의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건이 성폭력 사건임을 인지하면, 그 즉시 사건을 검찰 등 민간 수사기관으로 이첩해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하지만 개정된 『군사법원법』이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의 은폐·축소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먼저, 군대 외부에서 재판이 이뤄져야 할 성폭력 범죄가 무엇인지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제2조 제2항에서는 성폭력 범죄의 정의를 성폭력처벌법 제2조와 제15조의2를 준용해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 일부 성폭력 예비 단계에 해당하는 범죄는 포함돼 있지 않다. 그로 인해 강간을 저지른 군인은 일반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강간 예비 단계에서 발각된 군인은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는 등 일부 성범죄의 재판이 군대 내부에서 이뤄질 여지가 남아있다. 강현석(제36보병사단) 법무참모는 “개정 『군사법원법』은 예비나 음모와 같이 놓치기 쉬운 범죄는 법률에 포함시키지 못했다”며 “법문에만 비춰 해석하면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재판권이 형성된다”고 꼬집었다.

성폭력 범죄의 초동수사는 여전히 군대 내에서 이뤄진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군검사나 군사법경찰관이 성폭력 사건임을 인지해야 사건을 민간 수사기관으로 넘긴다고 규정하는 제228조 제3항으로 인해 사건 발생 초기 성폭력 혐의점 유무는 군대 내의 수사기관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혐의의 유무를 살피는 초동수사는 군대 내에서 진행된다는 의미다. 강 법무참모는 “초동수사에 군이 개입하면 사건 은폐 및 축소에 대한 오해를 키울 수 있기에 초동 수사도 즉각 민간에서 할 수 있도록 개정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 법원에 재판권이 있는 성폭력 범죄의 유형을 명확히 제시하려면 타 법률을 준용하지 않고 해당하는 범죄 유형을 일일이 열거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강 법무참모는 “미국 또한 최근에 군대 내 성범죄 사건의 처리에 관한 법률 내용을 개정하면서 대상이 되는 범죄를 나열하는 방식을 채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초동수사를 군대 내·외부 중 어느 곳에서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성폭력 신고·제보 접수 시 즉각 민간에서 수사한다는 등의 규정을 추가해 초동수사부터 민간이 맡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민간 경찰이 바로 현장에 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아직은 조성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강 법무참모는 “민간과 군대의 수사기관이 상호협력해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방안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며 “초동수사의 기간을 법률에 명시하는 등의 방법이 있으며, 추가적인 연구와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전했다.

황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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