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내가 제일 잘 알지> 주류 트렌드를 선도하다 (한성대신문, 595호)

    • 입력 2023-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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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12-05 15:58

<편집자주>

“요즘 애들은 왜 그래?” 어느 세대나 그랬듯, 현 젊은 층도 자주 듣는 물음이다. 진짜 요즘 애들은 왜 그럴까? 그래서 알아봤다.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만 보면 사족을 못쓰고 달려드는 기자가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MZ세대의 대표주자인 기자를 따라 청년이 열광하는 것을 파헤쳐보자.

단순히 술을 마시기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 술은 하나의 즐길 거리로 자리잡았다. 다가가기 어려운 고급 주류에서 친숙한 형태로 변화한 ‘와인’, 달달함과 예쁜 색감으로 이뤄진 ‘하이볼’부터 원하는 식당에서 원하는 술을 마시는 자유로움의 ‘콜키지 프리’, 그리고 술자리의 분위기만이라도 즐기고자 나타난 ‘논알코올’ 술까지! 어느 세대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술을 즐기는 청년들의 주류 문화를 이해해보자.

황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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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소비의 다채로운 변화

최근 청년들은 다양한 이유로 술을 즐긴다. 여러 사람을 만나며 소통하길 원하는 청년들은 술을 이용해 해당 자리를 만들어낸다. 술자리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교류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대조적으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문화도 성행한다. 혼술은 주로 중장년층의 문화라는 인식도 있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을 겪으며 많은 이들을 만나지 못한 젊은 층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혼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술자리가 일의 일환이었던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현재 청년들은 술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혼자 마시는 술자리도 늘어났기에 자신의 취향이 뚜렷한 상태에서 술을 마시는 등 술을 누리는 방식이 변화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술뿐만 아니라 가게의 분위기도 고려하기 시작했다. 가게의 인테리어나 조명 등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가 청년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좌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조용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어두운 분위기의 와인바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친구들과 얘기하고자 한다면 밝은 조명의 K-pop이 흘러나오는 술집을 방문하는 것이다.

‘소주 아니면 맥주’가 당연하던 10여 년 전 대학가와는 다르게 최근에는 과일소주, 칵테일 등 다양한 종류의 술이 자리를 꿰찼다. 과일소주나 칵테일 등 달달하지만 도수가 낮은 술을 많은 청년들이 부담없이 즐기는 것이다. 더불어 특정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의 맛을 띄는 이색 술이 다수 등장하기도 해 술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서 교수는 “최근 청년들은 도수 높은 위스키를 달달한 음료수와 섞어 마시는 형태로 술을 즐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와인을 고르는 기자 [사진 : 김유성 기자]

이제는 친근한 와인

최근 청년들에게 더 이상 와인은 고급스럽고 다가가기 어렵기만 한 술이 아니다. 실제로 값비싼 와인을 이젠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고급 주류 판매처에서만 판매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일상에서도 손쉽게 와인을 구할 수 있고 가격대도 다양해진 덕분이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 유통업체가 확대되며 와인의 공급처가 다양해졌다”며 “기업에서 대량으로 와인을 공급하는 게 가능해지며 와인을 값싸게 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명지대학교 아동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서정은 학생은 “어릴 적 나에게 와인은 부유한 사람들만이 마실 수 있다고 여기는 술이었지만, 현재는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술이 됐다”고 전했다.

접근성이 상승하며 와인에 대한 인식도 변했다. 이전 세대에서는 와인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가진 채 복잡하게 소비했다면 현재 청년세대는 단순히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춰 비교적 쉽게 와인을 소비한다는 분석이다. 서 교수는 “이전 세대는 수업도 들으며 와인을 공부했다면, 청년세대는 와인을 파티에 이용하며 하나의 즐길 거리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청년들의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파는 가게가 많이 등장했다. 그중 유명 와인 가게에 기자가 직접 방문해 봤다. ‘보틀샵’ 형태로 다양한 와인을 판매함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공간도 존재하는 곳이었다. 고급스런 내부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비교적 값싼 와인들도 존재했다. 와인에 붙어 있는 라벨에 품종과 도수, 달달한 정도 등 세세한 정보가 다 적혀있었기에 라벨을 읽어보며 취향에 맞는 달달한 술을 골라봤다. 보틀샵은 일반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 가능하기에 ‘가성비를 추구하는 청년들이 많이 방문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기자가 만든 하이볼이다 [사진 : 황서연 기자]

칵테일에 담아낸 개성

자기 개성이 뚜렷한 청년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술을 찾는 데 열성이다. 기존의 술만으로는 청년들의 독특한 개성을 담아내긴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맞게 술을 만들어 즐기는 ‘믹솔로지(Mixology)’가 청년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서 교수는 “청년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술을 창의적으로 소비한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스스로 술 자체에 특별함을 담아내고자 하이볼을 택했다. 하이볼은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은 칵테일의 한 종류로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이른바 ‘알쓰’도 도전해볼만한 술이다. 자신의 취향대로 위스키와 달달한 음료수의 양을 조절하기에 기존의 쓴맛이 강하던 술과는 달리 비교적 편하게 마실 수 있다. 전혜진(한양사이버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청년들 사이에서 도수가 낮은 술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도수가 낮은 술을 더 편하게 마시고자 하는 사람들의 소비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러한 하이볼 소비 증가에 개인 맞춤형 하이볼을 판매하는 식당도 등장했다.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취향을 말하면 그에 맞춰 하이볼을 즉시 제조해 주는 식당이다. 해당 식당에서는 특정 과일의 향을 원하거나 탄산이 약한 것을 선호한다면 취향에 맞게 제조해준다. 이렇게 취향저격된 하이볼을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청년들을 매료시켰다.

다양한 하이볼 레시피가 SNS를 타고 많은 청년들에게 다가가기도 했다. 자신의 취향대로 하이볼을 만드는 경우도 많지만, 특정 하이볼의 맛을 내는 레시피가 공유되며 직접 가게에 방문하지 않아도 집에서 손쉽게 만들어 마실 수 있게 됐다. 또한 큼직한 유리잔에 각종 과일 등으로 화려하게 세팅된 하이볼은 흔히 말하는 인스타그래머블* 한 사진으로 담아내기 적격이다. 유명 칵테일의 맛을 내며 인스타그래머블 사진을 건지기 위해 많은 청년들이 직접 하이볼 만들기에 도전한다.

이에 기자도 직접 하이볼을 만들어봤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기자이기에 알코올보다 음료수의 양을 더 많게 해 도수가 최대한 낮도록 조정했다. 또한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건지기 위해 잘 자른 레몬도 얹어줬다. 사진으로 보니 가게에서 파는 하이볼 못지않은 모양이었다. 기자가 원하는 대로, 넣고 싶은 재료를 마음껏 넣을 수 있었기에 시중에 파는 술과는 다르게 ‘나만의’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외부에서 구매한 술을 갖고 가게로 들어가는 기자 [사진 : 신지원 기자]

콜키지 프리를 통해 느끼는 자유로움

맛의 자유로움을 넘어 공간의 자유로움을 찾아 ‘콜키지 프리(Corkage Free)’가 등장했다. 식당에서 팔지 않는 술을 가져와 서빙을 해주는 대가로 비용을 청구하는 기존의 ‘콜키지’에서 무료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콜키지 프리가 나타난 것이다. 자신이 마시고 싶은 술을 원하는 식당에서 마실 수 있게 됐다. 좋아하는 식당이지만 원하는 술을 팔지 않아 아쉬웠던 청년들은 이제 자신이 원하는 식당에서 원하는 술을 함께 먹을 수 있다. 서 교수는 “유럽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관행”이라며 “우리나라도 외부에서 술을 가지고 오는 문화가 새롭게 정착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급상승한 술 가격이 콜키지 프리 유행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물가가 오르며 외식 자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콜키지 프리는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외부에서 술을 마실 수 있게 해준다. 서 학생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 일반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비싸서 부담스러웠던 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전 교수는 “청년들의 외식 소비를 유도하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도 직접 콜키지 프리가 가능한 식당을 방문했다. 가기 전 음식과 잘 어울릴 만한 일본 술인 ‘사케’를 사 들고 갔다. 약간의 달달한 향이 느껴지는 사케를 좋아하지만 대부분의 식당에선 사케를 따로 팔지 않아 항상 아쉬움이 남았던 탓이다. 하지만 콜키지 프리를 통해 기자가 원하는 사케를 먹고 싶은 음식을 파는 가게에서 함께 먹을 수 있었다. 비교적 특이한 술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다양화되고 있음을 몸소 느꼈다.

▲논알코올 술을 마시는 기자 [사진 : 김유성 기자]

논알코올, 술인 듯 아닌 듯

술을 마시고 싶지만 높은 도수가 부담되는 청년들을 위한 술도 존재한다. 도수가 거의 없지만 알코올 향은 그대로인 ‘논알코올 술’이다. 논알코올 술은 잘 마시지 못하지만 술자리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청년들이 주로 찾는다. 술자리가 늘어나며 잦은 피로를 느끼게 된 청년들이 알코올 섭취를 줄이고자 논알코올 술을 소비 한다는 분석이다. 전 교수는 “술자리에 함께하고 싶지만 알코올 섭취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논알코올 술”이라고 설명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알코올 섭취를 피하는 이들도 나타났기에 논알코올 술이 더욱 인기다. 건강을 챙기는 이들이 많아지며 과도한 음주를 피하는 청년들이 증가한 것이다. 숙취를 유발하는 음주를 자제하지만 청년들은 취하는 듯한 술의 분위기라도 느끼고자 논알코올 술을 찾는다. 서 학생은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취하는 느낌을 받고 싶기에 종종 논알코올 술을 마신다”고 전했다.

기자도 직접 논알코올 술을 마셔보기 위해 판매하는 식당에 갔다. 생각보다 논알코올 술을 파는 식당은 드물었기에 ‘대체 어떤 맛일까’ 하는 궁금증이 커진 채 술을 시켰다. 논알코올 칵테일을 시켰지만 청포도 에이드 같은 느낌으로 술이라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았다. 탄산이 강한 에이드에 알코올 향이 살짝 나는 음료수 같은 맛이었다. ‘이러한 논알코올 술을 통해 술이 아닌 술자리의 분위기에 취해보는 것도 나름의 묘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스타그래머블 :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Instagramable) 이라는 뜻.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할 수 있는(able)의 합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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