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만들어지지 않은 역사이기에 더욱 영광스러움을 느낀다. 수많은 이들의 열정어린 땀과 고민이 있었기에 역사의 순간을 맞이하게 됐을 테다. 지령 600호를 편집국장으로서 기념할 수 있어 큰 기쁨을 느끼면서도,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게끔 또 하나의 돌을 쌓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그러나 오랜 역사가 찬란한 미래를 담보할 수는 없듯, 본사를 포함한 여러 대학언론은 오래 전부터 위기를 겪고 있다. 오늘날의 대학언론은 대학본부의 숱한 편집권 침해 속에서도 독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공동체적 가치관의 약화로 인해, 과거에 비해 독자의 관심도가 낮아진 것 또한 위기의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특히 다수 대학언론이 ‘1번 독자’로 상정하던 학생의 무관심이 가장 먼저 극복돼야 할 위기로 꼽힌다. 취업난과 같은 현실적인 고민으로 인해 학생들이 대학을 거쳐가는 단계로 생각하게 되고, 학교에 대한 관심 저하가 자연히 대학언론에 대한 관심도 저하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학언론이 스스로 학내에서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학사구조개편처럼 학생들이 알아야 하는 정보를 기사로 다루고, 학내 시설의 안전 문제 등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때면 대학언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학본부의 제재로 인해 대학언론이라는 이름만 유지한 채 홍보성 기사만 내보내는 곳은 학생들로부터 외면받게 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대학언론은 또한 학내 구성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보를 전달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것을 넘어, 학교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데 있어 첨병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확실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명확한 비판 근거를 찾기 위해 날카로운 시각으로 취재를 진행하고, 실현 가능성 있는 대안을 함께 제시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다.
이 같은 방안을 통해 독자의 관심도를 제고하지 못한다면 대학언론은 오랫동안 존속할 수 없고, 더욱 먼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읽는 이 없는 신문은 어떠한 의미도 가질 수 없으니 말이다. 결국 독자의 관심을 제고하려면 외부적인 요인을 두려워하기보다도 언론으로서 본래 목적에 집중하고 있는지 언론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
본지 또한 언론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되묻고 있다. 그에 대한 대답은 오로지 독자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의 응원과 열독은 또한 본지가 강조하고 싶은 바를 전달할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힘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독자의 성원 속에 더욱 먼 미래에 700, 800호와 그보다 긴 역사를 맞이할 <한성대신문>을 위해, 오늘도 대학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새기겠다.
정상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