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2일, 민중총궐기대회를 비롯한 박근혜 하야 촉구 촛불집회가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되었다. 이 집회에는 집회측 추산 100만여 명, 경찰 추산 26만여 명이 참여했다. 이는 그보다 일주일 앞선 11월 5일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주최측 추산 20만여 명, 경찰 추산 4만 5천여 명)를 월등히 뛰어넘는 숫자이다. 이 날 있었던 집회는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진행되었으며, 각 지방에서도 많은 국민들이 이 집회에 참여했다. 이날 지방에서 상경하는 인파들로 서울행 KTX와 버스표가 매진되는 등,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거리로 나간 ‘시민들’
이번 집회는 대학 차원에서 직접 참여를 독려하거나 관련 행사를 기획하는 등, 청년층의 참여가 높았다. 우리대학 역시 배성민(경영 3)부총학생회장의 주도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혜화에서 열리는 청년총궐기대회에 참여한 뒤, 청년총궐기대회의 시위자들과 함께 행진하며 본 집회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또 이 집회에는 직업을 막론한 다양한 시민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집회현장에서 버스킹 공연을 한 음악인 A.gi(김기영)는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이후 예술에 대한 제약이 강해졌다”고 말하면서, “이번 일을 보고 나서지 않을 수가 없어서 나왔다”고 참가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예술이 침묵하는 것은 사회 전체가 침묵하는 것”라고 본인의 생각을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조정숙 수녀는 “종교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집회에는 청년들부터 종교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이날 집회는 크게 광화문·청계광장과 경복궁사거리로 나뉘어서 진행됐다. 광장에서는 정치인, 연예인, 예술인들이 참여한 공연이나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었고, 경복궁사거리에서는 민중연합당이 주도한 청와대 행진이 진행되었다.
광장에서 있었던 행사에서는 정치인들의 행보가 도드라졌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정청래 전 국회의원은 현 시국에 대해 “박근혜가 망친 나라를 국민들이 나서서 구해야한다”고 말하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의 정신을 국민들이 실천할 때”라고 현 시국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하야 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입을 열면서, “하루 빨리 박근혜가 하야하는 것만이 마지막 남은 본인의 애국적인 행동”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본 집회에 앞서서 개최된 토크쇼에서 발언기회를 얻어 “국민이 이긴다”고 외쳤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집회 중 개최된 국민의당 당원보고대회의 연단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청계광장에서 벌어졌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규탄대회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추미애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등 당내 주요인사들이 참여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이날 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와 함께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도 집회에 참여했다.
한편 민중연합당이 주도한 행진에는 4.16연대 등과 같은 단체들이 참여했다. 이날 행진은 경찰이 차벽을 세워놓은 경복궁사거리에서 제지되어 집회가 끝날 때까지 경찰들과 대치했다. 경복궁사거리는 청와대와 1km 남짓 떨어진 곳이다. 행진에 참여한 시위자들은 제각기 ‘박근혜 퇴진’, ‘하야하라’와 같은 피켓과 촛불을 들고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또한 행진을 이끄는 민중연합당과 4·16연대의 연설들도 이어졌다.
이날 시위는 공식적으로 그날 자정을 기해 해산되었고, 시위 와중에 몇몇 마찰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큰 폭력사태로 번지지 않고 평화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시위가 끝나고 남은 거리
시위가 해산된 이후,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웠다. 이번 시위에 대한 언론의 전체적인 평가는 ‘평화시위’였다. 서울시가 대중교통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이날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는 최대 132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집회로서는 6월 민주항쟁 이후 최대 규모이다. 일주일 뒤에 이어진 촛불집회도 전국각지에서 100만 명의 인파를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대학사회의 반응도 이에 맞춰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는 학생집회를 통해 박근혜 하야를 위한 집단 활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서울대학교와 숙명여대는 한날한시에 강의에 참여하지 않는 ‘동맹휴학’을 결의했다. 12일의 수많은 촛불을 차벽 너머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대통령.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그 행방이 주목된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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