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요술램프 지니를 보며 나도 저런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나 대신 회의 내용을 기록해 주고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고서를 만들어 줄 나만의 비서를 가지고 싶었다. 이제는 스마트폰의 인공지능(이하 AI) 앱을 실행시키면 흡사 램프를 문질러 나타난 ‘지니’가 나에게 묻듯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며 나에게 물어온다.
얼마 전 ChatGPT-4o가 공개되고 많은 매체에서 단기간에 향상된 놀라운 기술들을 앞다퉈 보도했다. 공개 발표에서 실시간 번역을 비롯해 이미지와 환경을 파악하고 응답하는 것을 본 사람들의 반응 영상들은 처음 ChatGPT 버전이 공개됐을 때를 연상케 했다.
불과 몇 년 전 알파고의 등장 또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에도 ‘인간보다 똑똑한가?’라는 물음을 던졌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직접 ChatGPT에게 IQ가 얼마나 되는지 직접 물어봤다. “AI의 능력을 인간의 IQ 점수로 직접 변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AI는 특정 작업에 대해 매우 높은 성능을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인간의 종합적 지능과는 다른 것입니다.”라는 왠지 그럴싸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몇 번의 물음 뒤에 ‘언어 이해 및 생성 능력’, ‘문제 해결 능력’, ‘정보 검색 및 분석’의 능력으로 IQ 점수를 추론하겠다는 합의점을 도출한 후 대략 130~150 수준의 지능을 가진 인간과 비교할 수 있다는 대답을 얻어냈다.
ChatGPT는 2022년 11월 프로토타입을 시작으로 ChatGPT-4o 버전까지 도달하는 데 18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속도라면 ChatGPT가 우리의 지능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는 순간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인류 역사에서 인간보다 우수한 지능을 가진 개체를 만난 경험이 아직 없다. 하지만 AI의 등장은 머지않아 우리에게 그런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지도 모르겠다. 처음 전기가 발견됐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반응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당시에도 전기를 이용해 사업을 했던 회사와 그렇지 않았던 회사의 운명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AI는 우리에게 전기처럼 다가왔다. 두렵기도 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어디까지 발전될지 아직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다만 요술램프 지니처럼 말만 하면 뭔가를 뚝딱 만들어주고 있다. 처음에는 짧은 글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림도 그려주고, 짧은 소설이나 시도 작성한다. AI가 그린 그림이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일화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됐다. AI의 성능은 더욱 좋아질 것이고, 앞으로의 시대는 ‘지니’와 같은 AI에 어떤 소원을 빌 것인지, 다시 말해 어떤 명령을 내릴 것인지가 관건인 기획의 시대가 오는 듯하다.
신인류와도 같은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나의 동반자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외면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다면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우리는 AI에 대해 알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전준현(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