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화예술의 진정한 주체가 되려면 (한성대신문, 602호)

    • 입력 2024-09-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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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9-02 00:01

문화예술계에 찬바람이 분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 관련 예산은 삭감된 채로 단행됐다. 문화예술 진흥기금, 도서출판 등 대부분의 부문에서 감축됐다. 작금의 사회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문화예술의 가치를 망각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혹자는 물을 수 있다. 문화예술이 먹고사는 문제도 아닌데, 왜 이리 예민하게 반응하냐고. 필자는 답한다. 문화예술로 하여금 우리 사회는 관계를 지탱할 수 있다. 작가 등의 예술가가 가지각색의 작품에 사회의 양식을 담아낸다. 이를 통한 사유는 반성적 사고와 비평적 탐구의 힘을 길러준다. 개인을 넘어 사회에 담긴 역사, 가치 등을 문화예술이 드러내고 문제를 꼬집기까지 하니 상호 이해를 촉진하는 매개체라 할 수 있다.

청년은 문화예술을 통해 자신의 미래와 방향성을 탐색할 수도 있다. 문화예술이 지닌 창의성과 통찰력은 그들의 미래 지향성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된다. 예컨대, 영화 ‘버닝’은 세 청년의 삶과 이들의 만남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다. 감독은 영화가 그리는 사건의 근원이 불명확한 현대인의 감정이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관객의 해석이 영화를 완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관객은 영화를 통해 다양한 사건을 간접 경험함으로써 자신뿐만 아니라 청년의 삶과 미래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얻는다.

현실은 문화예술의 가치를 경시하는 퇴행적 양태가 팽배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3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숏폼(Short Form)을 소비하는 20대가 62.4%에 달했다. 문화예술을 오락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소비자 수가 적지 않아 성 상품화 등 자극적인 내용을 담아내는 콘텐츠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쉬운 콘텐츠에만 매혹돼 진정한 문화예술의 가치를 고민하지도 않는다.

문화예술은 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친다. 문화예술은 개인적 차원의 목소리를 확대시켜 사회적 공론장을 형성하고 공동체를 강화시킬 수 있다. 나아가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문화예술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이를 지지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단순 소비자를 넘어 문화예술을 진정으로 향유하고 체험하는 주체가 되길 바란다.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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