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등록금 인상, 공개와 그로 인한 신뢰 바탕돼야 (한성대신문, 602호)

    • 입력 202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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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9-02 00:00

대학 등록금 납부 시기가 돌아왔다. 매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학생들은 수백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대학에서는 등록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등록금의 사용처를 모르는 학생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등록금만 납부한다. 이에 등록금의 사용내역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등록금이 없다면 대학은 운영이 불가하다. ▲교·직원 보수 ▲학내 시설 관리 ▲교원 연구비 ▲학생 장학금 등 학내 곳곳에 등록금이 사용된다. 대학재정알리미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51.4%다. 대학 수입의 절반을 등록금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등록금 의존율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높은 수치다. 지난해 미국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33.3%로, 국내 대학보다 20%가량 낮았다.

매 학기 학생들은 수백만 원의 등록금을 납부하지만 그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온라인 동영상 강의의 품질 문제는 대학가에서 반복해서 지적되고 있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 또한 매년 발생한다. 등록금을 납부해도 그 성과가 없다면 이는 대학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 저하로 귀결된다.

등록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등록금 책정을 위해 등록금심의위원회가 개최된다. 그러나 대학교육연구소에서 작성한 「등록금심의위원회」 따르면, 2022년도 전국 196개 대학 중 20개의 학교가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열람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회의록을 공개하는 176개 학교 중 107개 학교는 등록금 책정을 위한 회의를 1회만 진행한다. 한 학기의 지출 예산안을 검토하는 과정이 한두 차례의 회의로 끝난다는 것은 등록금과 관련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짐작된다.

대학생들의 보릿고개는 길어지고 있다. 등록금뿐만 아니라 교통비, 생활비 등 다방면에서 많은 금전적 지출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 학기에 수백만 원가량의 등록금은 청년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진행한 「청년 빈곤 관련 인식 및 정책욕구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청년의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필요한 정부(지자체)의 정책으로 55.1%의 응답자가 대학 등록금 인하를 꼽았다. 대학 등록금이 청년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청년들에게 대학 등록금이 부담으로 느껴지다 보니 일부는 등록금을 납부하는 일 자체가 아깝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 생각을 잠재우기 위해 대학에서의 등록금 사용내역 공개가 필요하다.

학생 개개인이 납부한 등록금으로 학교가 한 단계 더 발전했다는 사실을 인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내역처럼 학교가 달라졌다면 더 나은 교육환경과 학교생활 보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이는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제고시켜 대학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4년제 대학 26곳에서 등록금을 인상하며 대학가에서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등록금의 사용처를 먼저 공개하고 인상 여부를 고민해도 늦지 않다. 매 학기 수백만 원을 납부하는 학생들의 등록금이 헛되이 사용되지 않아야 하기에, 대학은 무엇이 우선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

김유성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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