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이유는 국제표준 덕분이다. 국제표준화는 특정 국가나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제품과 서비스 간의 호환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와이파이(Wi-Fi)는 미국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SA)에서 제정한 국제표준을 따른다. 만약 기업마다 다른 방식으로 와이파이를 개발했다면, 기기 간 연결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USB-C 충전기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애플도 기존의 라이트닝 포트를 버리고 USB-C를 채택했다. 이는 국제표준이 시장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EU,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자국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역시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표준화를 추진하지만,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개인 연구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한성대학교는 2024년 5월 국내 대학 최초로 IEEE SA 3079와 MOU를 체결하고, 국제표준화 추진을 본격화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국제표준 개발을 목표로 ISO/IEC, ITU-T, IEEE SA 등 주요 표준기구에서 활동 중이다.
국제표준화는 특정 기업이나 연구기관만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생들도 직접 참여할 기회가 있으며, 국제표준 올림피아드, 국제표준화 인턴십 프로그램, 표준특허(IP-R&D) 연계 지원사업 등을 통해 국제표준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국제표준화는 단순한 기술 규격 정립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기술 발전을 위한 전략적 도구다. 국제표준 없이 제품을 출시하면 경쟁력을 갖기 어려우며, 글로벌 표준을 따른 경쟁 제품에 밀려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국제표준을 준수하면 신뢰성을 확보하고 해외 시장 진출이 용이하며,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더 큰 기회가 열린다.
미래의 기술 전문가, 기업가, 연구자로 성장하려면 국제표준화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필수적이다. 단순한 기술개발에서 벗어나, 그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표준으로 만들고 선점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의 시대는 단순한 혁신만으로는 부족하며, 국제표준을 선점하는 자가 시장을 장악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신현덕(ICT디자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