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인사이트> 연애에서 ‘나’는 차선이 아닌, 최선이다 (한성대신문, 519호)
유미의 식욕을 나타내는 ‘출출 세포’. 유미의 식욕만큼 크다.
인터넷에는 종종 ‘애인이 잘못을 했지만, 내가 화를 내면 헤어지게 될까봐 무섭다’라는 내용의 글이 보인다. 친구들에게 듣는 ‘애인한테 서운하지만, 그냥 참으려한다’, ‘지금의 애인과 헤어지는 걸 상상해본 적조차 없다’ 등의 이야기도 특별한 고민거리가 되지 못한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이런 결정들은 왜 이루어지는 것일까? 정답은 간단하다. 내 자신에게 ‘나’가 1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동건 작가의 「유미의 세포들」은 위의 사례와 같은 상황에서 내면의 모습을 보여준다.
웅이의 손목을 잡은 새이와 그 손을 떼어내는 유미
‘유미의 세포들’이라는 웹툰은 말 그대로 유미의 ‘세포들’이 나온다. 이 세포들은 가각 고유의 가치관과 생각을 대표하는 존재이다. 배고플 때 음식을 먹게 하는 ‘출출 세포’, 이성적인 판단을 돕는 ‘이성 세포’등이 그 예이다. 그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랑 세포’는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유미가 최선을 다하도록 만든다. 또한 유미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 때마다 자신의 최우선 순위를 그 사람으로 설정한다. 이에 따라 사랑 세포는 그 사람이 잘못을 하더라도, 유미가 화를 내지 않도록 다른 세포들을 말린다. 그러나 어느 날, 유미의 남자친구 웅이 여자인 친구와의 관계로 유미를 속상하게 하고, 유미 앞에서 그 친구의 편을 든다. 그러자 엄청난 무력감이 유미를 뒤덮으며, 사랑세포는 힘을 잃는다. 웅이의 행동이 연인으로서 잘못됐으며, 이에 대해 화를 내고 싶지만, 자신이 져줘야 이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 세포에게 ‘이별’이란 카드를 건네는 신의 한수 세포
이 때, ‘자신감 세포’와 ‘본심 세포’가 융합한 ‘신의 한수’ 세포가 사랑 세포에게 ‘이별’이란 카드를 내민다. 그리고 이별 카드를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유미는 언제든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랑 세포가 이 카드를 받아들이자, 유미는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애인보다 스스로를 우선순위로 두게 된다. 그리고 모든 문제가 쉽게 풀려버린다. 더 이상 웅이의 이성친구문제가 유미를 괴롭히지 않으며, 연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희생해야 한다는 착각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렇게 유미는 스스로를 위해 진정 필요한 선택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연인관계에서 문제를 겪는 사람이 최후에 내리게 되는 선택은 하나이다. 그 관계를 지속할건지 말건지를 정하는 것이다. 좋으면 보고, 싫으면 안보고. 이를 정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연인관계에 있어 상대방을 위한 무조건적인 헌신이 필요하다고 착각하며, 본인보다 상대방을 우선시한다. 이처럼 스스로의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아닌 연인을 최우선시하는 이유는 관계의 끝이 두렵기 때문이다. 또한 연인관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아래에 둔 사람은 자신의 본심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아야 그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 믿으므로, 연인을 최우선시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일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봄으로써 명료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지금 나의 삶이 ‘누구를 위한’ 삶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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