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기본소득’
21세기 사회에서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옛말은 여전히 당연한 진리처럼 느껴진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노동을 하고, 그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 그리고 그 임금으로 의식주를 해결한다. 하지만 아무런 일을 안 해도 돈을 준다면 어떨까?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이 주장하고 있는 ‘토지배당금’을 비롯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기본소득이란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현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이러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에 대해 시민단체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의 안효상 상임이사는 ‘소득양극화’를 이유로 제시했다. 양극화 현상은 그 자체로도 기본소득에 대한 필요성을 증가시키지만,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게 된 원인은 대략 2년 전부터 양극화의 해결책으로 국내에 들어온 ‘소득주도형 경제성장’이라는 개념 때문이다. 소득주도형 경제성장은 국민의 소득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소비를 촉진시키는 경제정책이다. 즉, 최저임금을 비롯한 임금을 향상시켜 양극화를 해소하고 소비를 촉진시켜 내수를 살리는 정책인 것이다. 기본소득은 바로 이런 소득주도형 경제성장을 위한 방법 중 하나이다.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받는 임금 외에 추가적으로 기본소득을 제공하면 필연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소득수준은 그만큼 증가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안 이사는 ‘알파고’ 역시 주요한 이유로 뽑았다. 최고의 바둑기사를 이겨낸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은 한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어렴풋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게 될 경우, 이전까지 노동으로 소득을 획득했던 인간들은 대체 어떤 방식으로 소득을 획득해야 되느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을 하지 않아도 제공되는 소득,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한편 기본소득이 이렇게 기대되는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일을 하지 않아도 소득이 제공되면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과, 노동을 통한 자아실현 방해받을 것이라는 비판들이 바로 그것이다. 안 이사는 이 문제에 대해서 “알 수 없는 문제”라고 답변했다. 실제로 기본소득은 세계각국에서 조심스럽게 실험되고 있다. 인도는 최근 빈곤 퇴치를 위한 일인당 연간 113 달러가량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정책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인도는 이를 위해 일부 표본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연구를 진행했다. 이 경우 기본소득을 지급하자 오히려 삶을 향상시키는데 더욱 의욕적이라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결과적으로 ‘사람에 따라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기본소득의 도입에는 어쩔 수 없이 ‘예산’의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전국민에게 기본적으로 소득을 지급한다면, 그 돈은 대체 어디서 구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는 이에 대해 기존 한국의 조세부담율인 24%를 OECD 평균 수준인 34% 로 높이면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의 계산에 따르면 이처럼 조세부담율을 높인다면 기존의 복지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한 달에 30만 원정도의 기본소득이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이재명 시장을 비롯한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제안하는 기본소득은 엄밀히 말해 완전한 기본소득이라기 보다는 ‘낮은 단계의 기본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연령이라든지 장애여부와 같은 조건에 따라 부분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완전히 도입되기 전 사회의 과도기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한때의 이슈로 끝날 것이 아니라 미래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해결해야하는 숙제이다. 인공지능과 기술이 발달하고, 이에 따라 사회가 대부분의 노동을 기계가 대체하게 되었을 때, 안 이사는 “기본소득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바야흐르 청년빈곤시대, 기본소득을 ‘인간다울 권리’라고까지 부르짖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과연 기본소득은 한국사회에 새로운 봄을 선사할 ‘생명수’인가, 아니면 단순히 잠깐의 갈증을 달래줄 ‘감로수’인가? 그 해답은 이 사회를 짊어지고 가야할 청년세대가 풀어야할 문제일 것이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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