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성대를 여행하는 외톨이를 위한 안내서 (한성대신문, 520호)

    • 입력 2017-03-06 16:23
참을 수 없는 공강의 가벼움

때로 신입생들과 복학생들은 한성대라는 낯선 행성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할 때가 많다. 대체로 그것은 혼자라는 이름의 외로움-어쩌면 아싸일지도 모르는-이며,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는 그리 보기 힘든 유형의 문제 상황은 아니다. 본문에서는 이런 문제 상황에 처한 여행자들을 위해 필히 알아두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안내하도록 하겠다.

학술정보관
학술정보관은 뭔가 이름은 거창해 보이지만 현실은 그냥 우리대학의 도서관이다. 문제 상황에 처한 많은 여행자들이 1차적으로 표류하고는 하는 곳이며, 그런 점에 있어서는 외톨이들의 발할라라고 하더라도 하등 문제가 없다. 이 공간이 높은 효용도를 자랑할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캠퍼스 내에 있다는 점이다.
학술정보관 1층 로비에 체류하고 있는 체류민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일에 몰두하는 경향이 강해 남들까지 신경 써주지 않는다. 그냥 햇빛이나 받으면서 꾸벅꾸벅 조는 것을 좋아한다면 이곳에 앉아 아무런 방해 없이 아메리카노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공간의 진면목은 바로 6층에서 드러나게 된다. 6층의 멀티미디어실에서는 훌륭한 보급품-영화, 애니메이션, 때로는 다큐멘터리-을 구할 수 있다. DVDBlue-ray는 그 자리에서 시청이 가능해 공강시간을 흥미롭게 보낼 수 있다.
 
우리게임장과 코인노래방
비록 같이 놀아줄 사람은 없어도 대신 같이 놀아줄 기기는 존재한다. 역에서 내려 학교로 걸어오다 보면 보이는 우리게임장과 코인노래방은 때론 여행자들에게 아름다웠던 순간 속에 머무르게 하는 훌륭한 안식처가 되어준다.
짤랑거리는 동전과 함께 오락을 즐기다보면 동네 형들과 같이 오락을 즐겼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물론, 오락을 즐겨본 경험이 없더라도 용기를 낸다면 충분히 좋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오락실의 체류민들은 이방인들에 대해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인근의 코인노래방 역시 고독한 블루스를 즐기기에 적합한 장소다. 애타는 가슴을 가진 사람이라면 남들 앞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고난이도 곡을 열창해보자.
외로우니까 혼밥이다

학식
당신만을 위한 식탁은 화장실 변기 덮개 위만이 아니다. 학식은 우리대학이 등록금을 다시 학생들을 위해 활용하는 몇 안 되는 환원 사업 중 하나인 만큼 당신은 우리학교 학생으로서 학생식당의 테이블을 차지해야 할 이유가 있다. 단돈 2,500원의 매력적인 가격은 단식투쟁 n일째에 들어선 당신의 주머니사정과 하모니를 이루어 당신을 학생식당으로 인도한다.
학생식당에서 반드시 점심시간에 정확히 학식을 먹을 이유는 없다. 삼삼오오 짝을 맞추어 밥을 먹으러 오는 거주민들은 대체로 정오라는 피크타임을 노리므로, 1시간 정도 엇박자를 치며 식당에 입성하면 느긋하면서도 여유로운 식사가 가능하다. 조금 부르주아적인 식사를 원한다면 교직원 식당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스시 현
때로 행성거주민들이 초밥집입니다와 상호명을 헷갈리곤 하는 바로 그 집이다. 한성대입구역과 학교를 오가며 쉽사리 볼 수 있는 이 혹성은 초밥세트 하나에 1만원 언저리라는 합리적인 가격과 조용한 분위기, 쉐프 앞에 놓인 바(Bar) 형태의 테이블 때문에 혼자서 식사를 해결하기 좋다.
당연히 음식의 질이나 맛은 학식 따위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의 가격은 절대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법. 가끔씩 자신에게 상을 주고 싶은 여행자라면 한번쯤 들러서 힐링을 하도록 하자. 물론 자주 들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이 혹성은 당신의 지갑을 메마르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당
이 왜성은 우리은하계와 이웃한 성신은하계와의 경계면에 위치해있다. 따라서 이 왜성에 방문하고 싶은 여행자들은 넉넉한 공강시간과 그에 따른 채비가 필요하다. 이 지구당의 특산품은 일본식 덮밥인데, 많은 여행자들이 홀로 끼니를 때우기 위해 방문하는 공간이다.
모든 테이블이 바 형태의 테이블이기 때문에 혼자서 밥을 먹는데에 아무런 부담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또한 반주로 즐길만한 맥주를 2천 원 선에서 제공하는데, 잠깐 헤롱거리며 다음 강의를 보내는 것도 어쩌면 훌륭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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