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여러 대학언론들이 몸살을 앓았다. 대학들이 학보사를 독립적인 기관으로 보지 않고 배포권, 편집권 등을 침해하는 탄압 행위를 자행했기 때문이다. <한성대신문> 521호에 실렸던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하 과기대)의 <서울과기대신문> 배포권 침해 사례를 비롯해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의 <대학신문>은 편집권 침해를 받았고, 심지어 청주대학교(이하 청주대)의 <청대신문>은 발행이 중단된 상태다.
배부권을 침해당한 <서울과기대신문>
<서울과기대신문>은 3월 20일자 신문 1면에 대학본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기자들이 직접 1인 시위를 전개하기도 했다. 입학식 날, 공과대학, 건설시스템공학과, 컴퓨터공학과의 학생회비 횡령 사건 기사가 실려 있는 <서울과기대신문> 582호를 대학본부가 강제 수거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서울과기대신문>은 이후 추가성명문을 게재하면서 언론탄압에 대해 항의했다. 결국 서울과기대 학생처와 학생회는 학보사에 사과하기로 했다. 김선웅 서울과기대신문사 편집국장은 “논란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져 학교에서 중재안을 내렸다. 이에 대해 기자들과 협의한 결과, 일단 사과를 받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다시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편집권을 침해당한 <대학신문>
는 이유로 게재를 불허했다. 이에 <대학신문> 편집국은 삼성전자 측 입장을 추가하고 기사를 수정하겠다고 설득했지만, 주간교수는 이조차 거부했다. 결국 기사는 실리지 못했다.
또한 주간교수는 1933호 신문에서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에 대한 이슈를 축소하고 서울대가 개교 70주년이 된 것을 부각시키라고 강요했다. 당시 <대학신문>은 시흥캠퍼스 조성과 관련된 기사를 전반부에 4개 면으로 싣고, 개교 70주년 행사 역시 중반부에 4개 면으로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주간교수가 이를 거부하고 총장의 개교 70주년 기념식사를 전반부 4면에 배치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대학신문>은 주간교수가 인사, 광고, 예산 등의 권한으로 신문사를 압박했기 때문에 그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후 <대학신문>은 주간교수, 운영위원회와 신문사 운영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기사 작성자의 권리 보호를 약속하는 최소한의 합의를 이뤄냈다. 그리고 <대학신문>은 4월 3일자 1940호를 정상 발행한 상태다.
신문 발행이 중단된 <청대신문>
일이 일어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청대신문>은 신문 발행이 중단된 상태다. 계속해서 총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으나 거절당하고 있다. 발행 중단이 지속될 경우에는 호외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대학본부의 학보사 탄압에 대해 정상석 대학언론협동조합 이사장은 “학칙에 ‘기사 게재를 위해서는 대학본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대학 본부가 언론에 개입하는 일이 발생한다. 또한 학보를 읽는 독자가 많지 않아 대학언론이 힘이 없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지적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보사들이 독립기관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학칙을 개정하고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기사를 많이 써서 독자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본부의 언론 탄압행위는 오래 전부터 제기된 이슈다. 대학언론이 하는 일은 대학교에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것을 공론화하는 일이다. 하지만 대학본부는 그러한 문제들이 학교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입히거나, 큰 문제로 발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 과정에서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언론탄압 행위가 발생한다. 앞서 살펴본 <서울과기대신문>, <대학신문>, <청대신문>의 사례는 이러한 과정을 잘 보여준다. 과연 대학본부가 대학언론을 독립적인 기관으로 인정해주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대학언론은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한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