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에서 ‘총학생회’의 현판이 걸리지 않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당장 근처의 대학들만 살펴보아도 총학생회 후보가 출범하지 않았다가 보궐선거마저 무산된 연세대, 비대위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숙명여대와 서울여대를 예로 들 수 있다. 대체 대학가에 어떤 변화가 있었고, 우리학교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중앙SUNDAY>와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가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우리학교 학생들은 타대학 학생들보다 총학생회에 대한 참여도가 높은 한편, 상대적으로 총학생회에 불만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 설문에는 우리학교를 비롯해 연세대, 한양대, 서울여대, 고려대, 동국대, 한국예술종합대, 경희대, 단국대, 숭실대 총 10개의 서울권 대학이 참여했다.
집계 결과에 따르면 전체 대학생 중 65.7%가 총학생회장의 이름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학생자치단체의 형태에 대해 모른다(10.8%)고 답변한 숫자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또한 지난 총학생회 선거 기간에 투표를 했느냐는 문항에는 했다(57.3%)가 안 했다(42.2%)를 15% 차이로 앞섰다. 총학생회 선거 때 투표하지 않은 이유로는 관심이 없어서(28.4%)가 가장 많았고, 수업 및 취업 준비로 바빠서(15.6%), 신입생이라 그땐 할 수가 없어서(14.3%),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14.1%)가 뒤를 이었다. 특히 4학년의 경우 관심이 없어서(35.8%)가 다른 학년 평균(29.0%)보다 많았다.
한편 우리학교의 경우 53.3%의 학생이 총학생회장의 이름을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전체대학 평균(34.3%)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또한 총학생회 투표를 했느냐는 문항에서는 했다(65.3%)가 안 했다(34.7%)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총학생회 선거 때 투표하지 않은 이유로는 신입생이라 그땐 할 수가 없어서(30.8%)가 가장 많았고, 휴학 중이어서(23.1%), 관심이 없어서(15.4%), 수업 및 취업준비로 바빠서(15.4%)가 뒤를 이었다. 또한 향후 총학생회에 투표할 의향이 있느냐는 문항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비율도 93.3%로 설문에 참여한 모든 대학 중 가장 많았다.
또한 전체대학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총학생회가 공약을 잘 지킨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31.0%)이 부정적인 답변(14.9%)보다 월등히 많았다. 총학생회가 필요하다고 답변한 비율(76.9%) 역시 필요 없다고 답변한 비율(5.8%)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우리학교의 경우 총학생회가 공약을 잘 지킨다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서 부정적인 답변(25.3%)이 긍정적인 답변(21.3%)을 근소하게 앞섰다. 또한 총학생회가 필요하다고 답변한 비율(84.0%)이 전체대학 평균보다 많았지만, 필요 없다고 답변한 비율(9.3%) 역시 전체대학 평균보다 많았다. 이와 더불어 총학생회에 대한 신뢰점수는 전체대학 평균(5.61)에 약간 못 미쳤으나, 참여대학 중에서는 가장 낮은 5.17점을 받았다. 총학생회 업무수행 만족도 역시 참여대학 중에서 가장 저조한 4.81점을 받았다. 이는 전체대학 평균(5.45)보다 다소 떨어지는 수치다. 특히 신뢰도와 업무수행 만족도 부문에서 0점으로 답변한 비율이 각각 다른 대학 평균(0.8%)보다 많은 5.3%, 6.7%를 기록했다.
위의 설문에서 보았듯이, 현재 절반에 가까운 42.2%의 대학생들은 총학생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투표하지 않은 이유로 ‘관심이 없어서’를 꼽은 사람이 이 중 30%에 육박하며, 이는 다른 이유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76.9%의 대학생들이 총학생회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고 있으나, 정작 본인들은 투표를 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총학생회 활동에 참여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 대학생들은 전체의 11.4%에 불과했다. 총학생회라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기까지 했던 과거에 비하면 위명이 많이 퇴색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벌어지는 걸까?
이 문제에 대해 한성대신문사는 작에년 총학생회장직을 역임했던 손성민 졸업생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그는 2009년 우리학교에 입학해, 2017년 3월에 졸업하기까지 8년 동안 재학했다. 1학년 때는 총학생회 국원으로 활동했다. 총학생회가 없었던 2015년에는 홀로 대학본부를 상대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한 이듬해인 2016년에는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어 활동했다.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러한 현상에 크게 2가지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학생자치단체에 대한 불신이다. 학생자치단체의 업무나 도덕성에 대한 불신이 자연스럽게 투표율 저하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학교가 투표율 미달로 총학생회 출범에 실패했던 2015년은 전임 총학생회장이 수천만 원 규모의 공금을 횡령했던 사건의 여파로 총학생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있던 때였다. 총학생회 업무에 대해 가지는 불신 역시 <중앙SUNDAY>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잘 드러나는데, 총학생회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총학생회 활동이 의미 없는 것 같아서’가 51.9%로 다른 이유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우리학교의 경우 해당 답변이 차지하는 비중이 71.4%로, 올해 총학 투표율 26.98%로 선거 자체가 무산된 연세대(70.0%)를 앞서 참여대학 중 최고 비중을 기록했다.
그는 이에 대해 “대학본부에 학생의 이득을 쟁취하는 역할이 약화된 이유가 크다”고 답변했다. 예전에는 소위 ‘운동권’에 몸담아 전문적으로 시위하는 방식을 배웠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 운동권이 정치적 편향성으로 인해 학생사회에서 신임을 잃자, 대학본부와 투쟁하는 방법을 학생들이 모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운동권의 경우 재임 중 알게된 대학 내의 복잡한 사정 등을 후임 회장에게 전달했으나, 그렇게 되지 못하니 매년 총학생회가 “경험치가 초기화된 채” 대학본부와 맞서야한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이유는 대학생의 삶이 각박해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총학생회장 출신이면 취업이 보장되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경향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대외활동과 스펙을 갖춰야 겨우 취업이 되는 상황이다 보니, 총학생회장에 입후보할 동기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총학생회장 시절을 “어떻게 할 수 있었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총학생회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학생들의 의견에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했다. 그러나 학업과 취업을 위한 대외활동들을 병행했던 그는 이조차도 크게 부담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피드백을 주는 것과 다르게 총학생회 자체의 업무도 소화해서 일상생활에 무리가 갈 정도로 큰 부담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야말로 “총학생회장 일에 전념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현실적인 여건을 따지다보니 학생들이 총학생회장에 선뜻 출마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 총학생회가 출범하지 못하는 현 사태에 대해 그는 “모든 총학생회는 ‘대오각성’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총학생회 본연의 업무에 대해 고찰하고, 이에 대해 “학생들의 피부에 와닿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모여서 술 마시고, 간식 나눠주고, 축제를 여는 것이 총학생회의 본질적인 역할은 아니라는 것이다. 운동권이 사라지고, 누구든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공론화시킬 수 있게 된 현재, 총학생회의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그의 말처럼 각 학교 총학생회의 새로운 숙고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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