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활임금, 넌 누구냐 (한성대신문, 527호)

    • 입력 2017-10-16 00:00

최저임금제는 흔히 알고 있는 제도지만, 생활임금제는 아직까지 생소한 제도다. 이 제도는 최저임금만으로는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근로자들의 실질적 생계 보장을 위해 마련됐으며,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결정하는 주거, 교육, 문화생활을 근로자들이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우리대학이 위치한 성북구에서는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고 있으 며, 내년도 최저임금 7,530원보다 23%가량 더 높은 9,255원을 생활임금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성북구에서 근무한다고 해서 모두가 생활임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초 성북구청은 2013년 생활임금제 시행 당시 공공부문 직접고용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했다. 공공부문 직접고용 근로자란 해당 구와 재단, 공단 등 출자·출연 기관에 소속된 근로자다. 이어 구청은 2015년, 공공부문의 용역, 위탁, 하청 등을 수주 한 고용업체 소속의 간접고용 근로자 를 적용 대상에 추가로 포함시켰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국가와 시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는 국·시비보조금 대상자까지 범위를 확대시킨 상태다. 생활임금은 1994년 미국 볼티모어의 ‘빌드(BUILD)’라는 단체가 최대 공무원노조 ‘AFSCME’와 연대해 생활임금운동을 벌인 후, 관련 조례가 제정되면서 생겨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시민 단체인 ‘참여연대’가 임금체계 개선의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2012년 8월, 참여연대는 성북·노원구에 생활임금제 도입을 제안했고, 2013년 전국 최초 행정명령을 통해 생활임금제를 시행하는데 성공한다. 이어 성북·노원구는 이듬해 법규명령으로 「생활임금조례」를 공포한다. 선 시행됐던 생활임금제가 정식으로 제도화된 것이다. 이렇게 도입된 생활임금제는 현재 전국 243개 광역기초단체 중 74곳에서 시행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임금이 오르면 소비가 촉진되어 경기 활성화가 이뤄지고 일자리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즉, 생활임금제가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할 뿐 아니라,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 인상과 소비 촉진으로 이어져 경기 구조개선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활임금제를 민간부문으로 확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성북구 역시 생활임금제의 민간 확산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이 생활임금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중소기업은 생활임금제를 도입해 인건비 지출이 늘어나면 곧, 재정 악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저임금을 정부가 아닌 국회가 결정하는 법안이 계류 중에 있다. 또한 국가 및 지자체의 조달, 용역, 공사계약 등에 임금조건을 포함하는 법률도 계류 중이다. 추후 성북구는 생활임금제의 민간부문 확산을 위 해 생활임금 기업을 발굴하고, 참여를 독려하며 관내 민간기업 임금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성북구청 장한샘(일자리노동정책팀) 주무관은 “생활임금제의 민간 확산을 위해 정부 및 지방정부가 모범 사용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자체만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생활임금제를 적용하는 사업장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현재 계류 중인 법률을 조속히 처리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생활임금제가 우리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 된다.

박아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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