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당하고 알면 든든한 法> 대나무숲 저격글,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한성대신문, 527호)

    • 입력 2017-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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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1-10 10:24

대학생 A씨는 얼마 전 전공 강의에서 중간과제로 조별발표를 했다. 조장이 된 A씨가 발표 준비를 총괄했지만, 조원들이 성실히 참여하지 않아 결국 A씨 혼자 발표 자료를 만들고 발표까지 해야 했다. 혼자서 모든 일을 감당했는데 점수는 똑같이 받는다는 점에 화가 난 A씨는 홧김에 자신이 재학 중인 대학교의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에 익명으로 제보를 했다. 조별 발표과제 준비 시 제대로 참여하지 않은 조원들을 험담하는 내용이었다. 조원들의 이름이나 학과 등 신상정보를 밝히지 않은 이런 상황에서 A씨는 처벌받을 수 있을까?
A씨의 억울한 사정은 이해되지만, 조원들이 A씨를 고소한다면 A씨는 처벌받을 수 있다. 여기에서는 상대를 특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다. 상대방의 이름이나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가 명시되지 않았어도 문맥상 특정 대상을 연상시킬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 만약 A씨가 조원들의 실명을 쓰지 않고 초성만 언급했다고 해도 읽는 사람이 당사자들을 떠올릴 만하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
다만, 이런 경우 A씨는 그것이 조원들을 저격한 글이 아니라고 끝까지 주장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소를 한 검사 측에서 A씨의 글을 읽으면 해당 조원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A씨의 혐의가 인정된다.
그렇다면 A 씨의 게시글에 댓글을 단 경우에도 사이버 명예훼손죄가 적용될까? 악의적 댓글을 남겨 특정 인물의 명성이나 사회적 평가를 나쁘게 만들었다면 사이버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온라인법률상담센터인 법률 N 미디어의 장윤정 변호사는 “댓글에서 욕을 하는 경우는 모욕죄에 해당한다”며 “실제 사례를 보면 심한 욕설뿐만 아니라 기분이 상할 만한 욕설도 모욕죄가 인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에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일반 형법이 적용되는 오프라인에서의 명예훼손과는 별도로 규정을 마련해, 더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정보의 파급력과 보존성이 특히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욕죄의 경우, 정보통신망법에서 따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어디에서든 다른 사람을 공연히 모욕하면 형법상의 모욕죄가 성립한다(형법 제311조). 여기서 ‘공연히’라는 말은 ‘불특정 또는 다 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불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것이라면 그 사람들이 다수이든 소수이든 상관이 없고, 다수인이라면 특정한 사람들이든 불특정한 사람들이든 묻지 않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SNS에 공개적으로 글을 게재하면 모욕죄의 요건인 ‘공연성’이 충족된다.
익명의 가면을 쓴다고 해서 특정인물을 공개적으로 비방한 것에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 법이다. 익명이라는 힘에 편승해 SNS에서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는 직접 대화를 나누며 갈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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