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품위 있는 죽음, 합법이 되다 (한성대신문, 529호)

    • 입력 2017-12-04 00:00
최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시범사업이 지난 10월 23일부터 운영되고 있어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를 반영하듯 존엄사를 다룬 영화 <미 비포 유(2016)>가 지난 10월 27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순위 6위에 오르기도 했다. 존엄사란 환자가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품위를 지키며 죽는 것을 의미한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존엄사를 국내 최초로 인정한 법률이다. 법률에 따르면 환자가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사전에 밝혔을 경우, 의료기관은 그에게 존엄사를 시행할 수 있다. 환자는 사전에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히는 내용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의사와 함께 구체적인 연명치료 계획을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로 이러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한편 법률은 존엄사를 시행하는 대상을 말기 암, 에이즈와 같은 난치병에 걸린 말기 환자로 한정짓고, 연명의료를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배경으로 한다. 이러한 논의가 촉발된 계기는 2009년 발생한 김 할머니 사건이다. 당시 김 할머니는 심장마비로 식물인간 상태였는데, 자녀들이 김 할머니의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법원은 2009년 5월, 의료진에게 김 할머니 
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것을 명령했다. 이는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한 최초의 사례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2013년 7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존엄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권고했고, 2015년 7월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연명의료결정법을 발의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존엄사가 제도화되기 시작했다. 
한편, 지난 11월 28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연명의료 시범 사업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자료를 통해 복지부는 지난 10월 23일부터 사전연명의료계획서가 작성된 건수는 2,197건이며, 연명의료 중단으로 사망한 건수는 7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권덕철 보건부 차관은 “연명의료시범사업 실시를 통해 해당 제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확인하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점검할 수 있었다”고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시범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잡음들이 발생하고 있는 형편이다. 보험계를 보면, 존엄사로 사망한 환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여부를 놓고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가 논쟁을 빚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환자의 가족들이 ‘부모가 아플 때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어, 이들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는 지난 11월 8일 심의를 통해 복지부에 수정권고안을 제출했으며,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월 초 연명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에 있는 등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조만간 지속될 전망이다.

윤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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