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바(다)캉스 삼총사 ‘놀’거리-‘먹’거리-‘볼’거리 (한성대신문, 535호)

    • 입력 2018-06-04 00:00
<편집자주>

기말고사를 코앞에 두고 있지만 종강이
가까워져 온다는 사실에 마음이 붕 뜨기
쉽다. 어차피 열람실에 앉아있어도
꾸벅꾸벅 졸고만 있을 거라면, 차라리
시험공부는 과감하게 접어두고 머리도
식힐 겸 올여름 휴가 계획을 미리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김 기자와
강 기자가 서해안, 남해안, 동해안을 직접
취재했다. 각 해안에서 놀고, 먹고, 볼
만한 것들을 추천한다.

바다도 아닌 것이 육지도 아닌 것이, 보령 ‘갯벌’
 계절학기 수강, 아르바이트 등 스케줄이 있어 여행에 오랜 시간을 투자할 수 없다면 수도권과 가까운 서해안 지역을 찾아가 보자. 흔히 ‘서해 바다’라고 하면 투명한 에메랄드 빛이 아닌, 탁하고 빛바랜 바닷물이 떠오르기 십상이다. 하지만 서해안에도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갯벌’이다. 
 그중에서도 충청남도 보령시는 예부터 ‘머드(진흙)’로 먹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갯벌의 고장이다. 1998년부터 매년 7월 개최되고 있는 ‘보령머드축제’는 이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장화_호미_망태기_성공적
 하지만 굳이 축제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갯벌을 즐길 수 있다. 보령 어촌계에서는 관광객들이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갯벌체험학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소정의 이용요금을 지불하면 장비를 대여할 수 있다. 갯벌체험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장화와 호미, 삽, 망태기 등의 장비가 필요하다. 특히, 여름철에는 자외선에 피부가 그대로 노출될 위험이 있으므로 긴소매 옷을 입는 것이 좋고, 모자를 쓰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등 적절히 대비해야 한다.
 장비가 준비됐다고 해서 바로 갯벌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다 안전한 체험을 위해 밀물과 썰물 시간을 알아 봐야 한다. 이는 국립해양조사원(http:// www.khoa.go.kr/)의 ‘스마트 조석예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석예보에 표기된 저조시간을 기준으로 2시간 이전부터 1시간 이후까지가 체험하기 좋은 시간이다.
#서해_놀거리는_보령_갯벌에서
 장비도 갖추고, 물때 시간까지 숙지했다면 이제 정말 갯벌에 들어갈 차례다. 서해안 갯벌은 다양한 종의 생물을 잉태한, 그야말로 ‘생태계의 보고’다. 특히, 보령에서는 ▲바지락 ▲동죽 ▲맛조개 ▲개불 등을 채집할 수 있다. 군헌갯벌체험학습장 어촌계장은 “이곳은 대천 해수욕장 인근 청정 갯벌이라 바지락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카메오로_출연한_김_기자
 직접 바지락을 채집한 김 기자는 “갯벌에서 ‘마이웨이’는 통하지 않는다. 괜히 욕심내서 혼자 외딴 데 파헤치지 말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집중 공략하라”며 ‘갯벌체험 꿀팁’을 전수했다.
맛의 방주, 순천을 가다

 어느 식당에 가도 음식이 푸짐하고 맛있기로 유명한 전라도. 그중에서도 특히 순천은 전라남도 동부권의 교통 중심지여서 ‘맛집’이 많기로 정평이 나있는 지역이다. 갓김치, 돌게장, 고들빼기와 같은 순천의 많고 많은 음식 중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것은 바로 ‘꼬막’과 ‘짱뚱어’다. 

 많은 사람이 꼬막을 벌교만의 특산물로 알고 있는데, 순천 역시 벌교 못지않은 꼬막 특산지다. 순천만 연안은 국내에서 꼬막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벌교가 꼬막 산지의 대명사가 된 것은 지리적 특성에 기인한 것인데, 과거 고흥반도를 벗어나려면 무조건 벌교를 거쳐야 했던 탓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순천만 연안에서는 매실청으로 맛을 낸 꼬막회무침을 만나볼 수 있다. 순천만습지 일대에 들어선 가게 중 하나인 ‘순천만정문식당’의 주인은 “꼬막회무침은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꼬막과 새콤한 매실청이 조화를 이뤄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별도로 제공되는 큰 그릇에 회무침을 넣고 밥을 비벼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다”고 소개했다. 
 또한, 썰물 때면 순천만습지에는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다. 바로 이곳에 짱뚱어가 살고 있다. 짱뚱어는 메기와 닮은 투박한 생김새와 달리 무척 영리해서 그물망도 쏙쏙 피해 다닌다. 그래서 솜씨 좋은 낚시꾼들이 여러 개의 갈고리를 달아 고기를 휘휘 저어서 낚는 ‘홀치기 낚시’를 해야만 한 마리씩 잡을 수 있다. 갯벌이 조금만 오염돼도 살지 못하는 데다 양식도 어려워서 다른 지역에서는 맛보기가 어려운 식재료가 바로 짱뚱어다.
 이렇듯 귀한 짱뚱어를 순천에서는 탕으로 즐겨 먹었다. 옛날부터 순천에서는 추어탕을 많이 먹었는데, 그래서인지 순천에서는 추어탕과 비슷하면서도 메기탕 맛이 나는 짱뚱어탕을 맛볼 수 있다. 꼬막과 짱뚱어에 대해 이만큼 파악했다면 이제 먹어볼 차례! 지금 당장 기차에 몸을 싣고 남도로, 순천으로 맛기행을 떠나보자.
몽돌해변부터 대나무숲까지, ‘울산 12경’
 동해안 여행지로 많은 사람들이 강릉이나 속초와 같은 강원도 지역을 주로 찾는다. 하지만 ‘동해 바다’는 ‘강원도’라는, 일종의 공식처럼 굳어진 클리셰가 식상하다면 그보다 남쪽에 위치한 울산광역시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울산은 광역시답게 대도시적인 면모와 해안 지역의 아름다움을 두루 갖추고 있어, 편리한 교통으로 이곳저곳을 누비며 동해 바다를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해수욕장이_지겹다면_몽돌해변으로
 울산시는 대표적인 절경 12곳을 ‘ 울산 12경’으로 지정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그중 제7경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주전몽돌해변’에서는 무더운 여름을 타파할 수 있는 시원한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다. 주전몽돌해변은 일반적인 해수욕장에서 볼 수 있는 모래사장과는 달리 동글동글한 자갈인 ‘몽돌’이 깔린 해 변이다. 까만 자갈밭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오랜 시간 파도에 부딪히며 더욱 단단해지고 둥글둥글해진 몽돌은 파도가 다녀간 지난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이곳은 ‘바다를 듣는다’는 표현이 제격일 정도로 시원한 파도소리가 일품이다. 울산 동구가 ‘주전해변 몽돌 파도소리’를 ‘울산 동구 소리 9경’ 중 제9경으로 지정했을 정도다.
#365일_바람_잘_날_없는_대왕암
 울산 제2경인 대왕암공원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일출을 볼 수 있는 장소인 ‘대왕암’이 위치하고 있다. 대왕암은 용이 승천하다 떨어졌다고 해서 ‘용추암’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예부터 전해져내려오는 전설도 있다. 신라시대 문무왕의 뒤를 이어 세상을 떠난 문무대왕비가 남편처럼 동해의 ‘호국룡(護國龍)’이 되고자 이 바위 아래로 잠겼다는 것이다.
#임금님_귀는_당나귀_귀
 바다는 지겹고 더위는 피하고 싶다면 울산 제1경 ‘십리대숲’에 가보는 것은 어떤가. 십리대숲은 울산의 대표적인 생태공원 ‘태화강대공원’ 내부에 조성된 대나무숲이다. 십리대숲은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태화강을 따라 십 리(4km)에 걸쳐 펼쳐져 있다. 울산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이곳에는 여름마다 많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자 찾아온다. 대나무가 건강에 이로운 음이온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림욕을 즐기러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예부터 ‘지조’와 ‘절개’를 상징해 선조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 온 대나무, 바람에 꺾일 듯 꺾이지 않으며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는 대나무를 보고 있으면, 당신도 그 매력을 새삼 실감하게 될 것이다.
 한편, 울산시청 김현(환경정책과) 주무관은 “6월 말까지는 죽순이 돋아나는 시기다. 죽순은 대숲을 지키는 생명과도 같다. 그런데 일부 시민 및 관광객이 약용이나 식용으로 몰래 잘라가서 죽순이 다 자라지 못하고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울산의 명소인 태화강 십리대숲을 보전하기 위해 죽순을 아끼고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강예림 기자
[email protected]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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